김필승(51) K스포츠재단 이사는 서울중앙지법 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14일 열린 최순실(61) 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1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검찰조사 직전 안 전 수석 보좌관을 만나 ‘안 전 수석의 지시다. 통화내역을 모두 지워라. 휴대전화를 바꿨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시를 받은 김 씨는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삭제하고 지방에서 전화를 새로 개통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전화는 처가에 숨겼다. 김 씨는 안 전 수석 측 지시로 이수영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에게서 받은 이메일도 삭제했다. 재단 이사진 명단이 적힌 메일이었다.
안 전 수석 측은 또 김 씨에게 자신과 청와대가 재단 설립과 이사진 선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검찰에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는 허위 진술이었다. 안 전 수석 보좌관은 검찰 조사에 대비해 답변을 정리한 ‘현재상황 및 법적검토’라고 쓰인 문건을 김 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A4용지 2장짜리 문건에는 ‘직원들 인사를 누가 했는가’, ‘정동구 이사장 사퇴이유는 무엇인가’ 등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적혀있다. 실제로 김 씨는 1차 검찰 조사에서 이 문건을 토대로 허위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에 대해 “부끄럽다”면서도 “뒤에 안 전 수석이 있어 부담스러웠고 재단도 피해를 입을까봐 고민하다가 (거짓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