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리면서 축산식품 수출이 중단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고기값은 올라가 민생을 잡겠다는 정부는 방역과 수출, 물가안정 모두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2억4122만 달러 규모의 축산품을 수출했다. 농식품 총 수출액(64억6800만 달러)의 3.73% 비중이다.
품목별로는 △쇠고기(한우, 육우) 2339만 달러 △돼지 673만 달러 △닭 3719만 달러 △낙농·유제품 1억7392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홍콩, 베트남, 태국 등에 물량이 몰렸다.
가축질병이 확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축산품 수출은 상승기류를 탄 바 있다. 한우의 품질이 인정을 받으며 홍콩으로의 수출길이 열렸고, 삼계탕도 한류에 힘입어 중국에 본격 진출할 기세였다.
그러나 정부의 허술한 방역대책으로 사상 최대의 AI 피해가 나면서 주요 수입국들에 닭고기 수출이 막혔고, 잇달아 번진 구제역으로 다른 축산품들도 수출이 멈춰서고 있다.
올해 1월 닭고기 수출은 304톤, 125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동월(1938톤, 262만 달러)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규모다. 멸균처리 과정을 거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낙농유제품 수출도 2683톤, 1348만 달러에서 2383톤, 976만 달러로 위축됐다.
이 기간 △소고기는 113톤, 98만 달러에서 14톤, 42만 달러로 △돼지고기는 203톤 56만 달러에서 147톤, 36만 달러로 수출이 각각 급감했다.
구제역이 터지기 전이지만 역대 최악의 AI 피해와 축산 오염국 이미지가 다른 육류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닭고기에 이어 구제역 발병 이후 소고기와 돼지고기 마저 수출이 끊기면서, 올해 정부가 내건 농식품 총 70만 달러 수출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 가운데 시장의 고기값은 미리부터 뛰고 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1등급 한우등심 1kg 소비자가격은 구제역 발병 전인 이달 3일 7만6125원에서 전날 7만8878원으로 2753원 급등했다. 닭고기도 계속 올라 중품 kg당 소비자가격이 이달 4000원대에서 5000원대로 넘어선 뒤 전날 5475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