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과학 기법을 활용한 고미술품 감정을 시도한 주인공은 30여 년간 국내외 고미술품을 수집해온 인터아트채널의 김양수 대표(67). ‘아! 고구려展’, 백남준 첫 회고전 ‘비디오 때, 비디오 땅’ (국립현대미술관, 1992) 등을 개최하기도 한 우리 미술계의 원로다.
인터아트채널 측은 김 대표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적지 않은 자비를 들여 세계적 권위의 과학검사 대행업체인 홍콩의 앤티크 오센티케이션 리미티드(Antique Authentication Limited) 감정팀을 초청해 본인과 지인의 소장품에 대해 첨단 과학 감정을 했다고 밝혔다. 감정품은 고려 철제탑(높이142x가로59x세로59cm), 철조여래좌상(높이110x가로90x세로68cm), 명창2년명금고, 금입사청동향완, 용두보당, 희귀 찻잔인 청자금구봉황문완(높이5.9x폭15.2cm) 등 고려시대의 금속 유물 22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국내 고미술업계가 주로 현업 종사자나 관련 분야 학자들에 의해 감정이 이뤄져 온 탓에 후학 양성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국내 고미술품의 해외시장 진출이 관련법의 후진성 때문에 여의치 않은 점 등은 아쉬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방한한 홍콩의 앤티크사는 진품감정에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 옥스퍼드 오센티케이션사의 아시아총괄 지사다. 영국 옥스퍼드 오센티케이션사는 지난 10년 동안 국제딜러와 세계적 경매회사, 루브르 박물관 등, 메이저 국제박물관 등의 의뢰를 받아 5000점 이상의 희귀 유물을 감정,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감정을 통해 ‘옥스퍼드 코드’를 부여 받게 되면 크리스티 경매나 소더비 경매 등 세계적 경매시장에서 진품을 인정받아 그대로 통용되게 된다.
이번 감정에서 활용될 기법은 메탈러지(야금)분석기법으로 감정 대상 고미술품에 대해 마지막으로 불에 녹여진 시점을 확인함으로써 진품 여부와 제작연도를 가늠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고미술품의 제작물질 등을 조작해서 위조 여부를 판별해 왔지만, 기술적으로 마지막으로 불이 사용된 시점까지는 가리지는 못했다.
김 대표는 “이번 감정 결과 역사적 사료가치가 판명된 일부 고미술품에 대해서는 정부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낼 계획”이라며 “아울러 감정을 통해 제작 연대가 나오면 학계에 의뢰해 제작기법이나 예술성 등은 별도로 감정을 받음으로써 고미술사학적 가치를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4주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