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대선후보 황교안’의 어려운 숙제

입력 2017-02-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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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퇴 이후 주목받는 인물은 바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보수를 대표하는 뚜렷한 주자가 없기 때문에 황 권한대행이 가장 유력한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황 권한대행이 유력 대권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우선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중요한데, 그 명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대선 출마자들은 자신의 출마가 국가를 위한 결단임을 강조하는데, 만일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가를 위해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하는 순간 스텝이 꼬일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대통령 역할을 충실히 대행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그만두고 대선에 출마하는 행위는 자칫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보이기 쉽다. 또한 이런 행위에 대해 다른 명분을 내세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대선 출마를 위해 황교안 권한대행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숙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다. 현재 박 대통령은 문자 그대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잘못을 꾸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박 대통령 정부에서 법무장관, 총리를 지낸 황교안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의 그림자를 벗어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만일 박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권 도전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이 고스란히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 측에서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에 도전하는 것을 바랄 수도 있다. 황 권한대행이 대권에 도전하는 순간 대선 구도는 ‘박근혜 정권 심판론’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전 대표는 더욱 쉬운 게임을 할 수 있다. 지금도 대선 후보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주장하고 있는 판에,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구도마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권 도전은 어려운 것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황 권한대행이 상당 부분 혜택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후에도 그런 지지율을 유지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는 반기문 전 총장의 사례를 봐도 이해할 수 있다. 반 전 총장도 귀국 전에는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문재인 전 대표와 거의 대등한 위치를 점했었다. 하지만 막상 귀국해 본게임에 나서려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혔고,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같은 관료 출신인 황교안 권한대행 역시 이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유능한 관료들이 대선 도전을 선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반기문 전 총장은 물론이고 고건 전 총리나 이수성 전 총리 모두 중간에 출마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권 도전은 여러 이유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황교안 권한대행은 하루빨리 자신의 거취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보수 후보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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