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수출기업 부담” 우려 시선… 글로벌 증시에 이미 반영“과도한 우려 경계”의견도
설 연휴 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달 3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증시의 주도업종으로 꼽히던 화학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설 연휴 기간 미국에서 날아든 ‘돌발변수’ 영향이다. 지난달 27일 미국 상무부는 LG화학과 애경유화가 수출한 가소제(DOTP)에 각각 5.75%, 3.96%의 예비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반덤핑 예비관세 부과 판정을 내린 첫 사례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 이후 제기됐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反) 이민정책과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는 데다 반이민 정책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슈가 아닌 만큼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에 韓수출주 희생양 = 지난해 11월 당선 이후 ‘트럼프’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대규모 재정투자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국정기조 전반을 아우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우선주의’는 국내 수출기업에 잠재적 부담요인이 돼 왔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점이 재정정책에 앞서 보호무역주의로 쏠리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지난달 13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보고서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에 앞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재정확대를 위해서는 의회와의 조율이 필요하지만 보호무역 정책의 경우 대통령 재량이 크다는 근거에서다.
국내 수출주에 대한 우려는 당장 자동차와 철강주에 대한 주가하락으로 현실화했다. 현대차그룹주 중 현대모비스는 -8.14%까지 빠졌고, 그 외 기아차(-7.89%), 현대차(-5.82%)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트럼프가 멕시코 현지 공장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상대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국내 자동차 기업이 희생양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앞으로 환율조작국 지정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관세 부과 등을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며 “미국이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통상압박을 강화할 수 있는 국가 중 한국이 주된 대상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보호무역주의 영향 제한적·선별적” = 전문가들은 대체로 과도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는 이미 글로벌 증시에 어느 정도 반영된 재료인 데다 반이민 정책도 당장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분간 국내 기업의 실적전망이 견조한 만큼 코스피의 급락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요란하기는 하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당장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미지수”라며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일시적으로 악화할 수는 있으나 그 이상의 영향은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정책으로 국가의 색을 바꾸는 중인데 다만 그 과정이 공개적이고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시장이 우려를 내비치는 것”이라며 “경제 정책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는 시간을 갖고 기다려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정책이 구체화되는 것을 지켜본 뒤 업종별 대응을 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이 중국의 미국 반도체 기업 인수를 원천봉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미국 경기 개선에 따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