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보국’ 40년 이끈 한진해운, 회생절차 5개월 만에 역사 뒤안길로

입력 2017-02-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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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위 선사… 200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불황파고 맞고 유동성 위기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재판장 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2일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 오는 17일 파산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 로비에 한진해운 사옥에서 옮겨진 모형선박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지난달 24일 모형선박들이 박물관에 가거나 사라지는 것보다는 해운빌딩에 전시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이전을 추진, ‘한진 리자오’와 ‘한진 선전’ 모형을 로비에 전시하게 됐다. 이동근 기자 foto@

한국 원양 해운업의 시초인 한진해운이 결국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한진해운은 주요 자산 매각이 마무리되며 2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가 결정됐다. 전날 한진해운은 주요 자산인 롱비치터미널(TTI)과 장비리스업체 HTEC의 지분 매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요 자산인 미주-아시아노선 영업망은 내달 출범하는 SM(삼라마이더스)그룹의 신설법인 SM상선이 인수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진해운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의 청산가치(1조7980억 원)가 존속가치(산정불가)보다 높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이로써 한국 해운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했던 한진해운은 설립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진해운은 1977년 한진그룹의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이 설립했다. 한진해운은 출범 이듬해인 1978년 중동항로를 개척한 데 이어 1979년 북미서안 항로, 1983년 북미동안항로 등을 연달아 개척하며 한국 해운업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1988년 국내 1호 선사인 대한상선(대한선주)을 인수하며 국내 1위 선사로 부상했다.

이후 1995년 거양해운, 1997년 독일 DSR-세나토 등 굴지의 선사들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시작된 전 세계적 불황의 파고는 한진해운도 피할 수 없었다. 조중훈 회장이 2002년 11월 타계하자 3남인 조수호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지병으로 별세하며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경영 경험이 전무한 조 회장의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섰으나 글로벌 해운업 장기침체 등과 맞물리며 회사의 유동성 위기는 심화했다.

한진해운은 2013년 2434억 원 등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냈고, 결국 최은영 회장은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넘겼다. 직접 대표이사에 오른 조양호 회장은 2014년부터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며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1조2000억 원의 자금을 수혈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4월 25일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자구책 요구를 끝내 충족하지 못해 자금 지원이 중단되자, 그해 9월 1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로 주요 자산을 대부분 매각한 한진해운은 결국 설립 40년 만에 사망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한편, 한진해운이 파산절차를 밟으며 대규모 실직사태도 현실화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진해운 직원 수(육상·해상·해외법인 직원·외국인 선원 포함)는 3900명에 달한다. 육상직원 671명의 경우 청산을 맡는 존속법인에 50여 명만 남아있다. SM상선에 250여 명, 현대상선에 60여 명이 옮겨갔지만, 300여 명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상직원들은 240여 명이 회사를 떠나 SK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다른 해운사들로 재취업을 확정했거나 새 일자리를 찾고 있다. 나머지 직원들은 여전히 회사에 남았으나 무급휴직 상태여서 일을 하고 있지 않다.

한진해운 외에도 한진해운과 계약해 컨테이너를 수리하던 업체들이 터미널에서 철수하면서 직원들이 실직했고, 터미널 운영사 역시 인력과 조직 감축 압력을 받았다. 도선, 예선, 줄잡이, 화물검수 등 항만 서비스업체들도 타격을 받으면서 직원을 줄였다. 앞서 해운업계와 전문연구기관들은 파산에 따른 실직자가 부산에서만 3000여명, 전국적으로 최대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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