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발동안이 1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EU 탈퇴 의사를 통보하는 권한을 총리에게 부여하는 ‘EU 법안’이 통과됐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영국 하원은 EU 법안 논의 이틀째인 이날 오후 8시께 표결을 벌였다. 그 결과 찬성 498표, 반대 114표로 법안이 가결됐다. 여당인 보수당 의원 전원과 제1야당인 노동당 의원 대다수가 법안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표결 전 소속 의원들에게 당론에 의한 찬성투표 지침을 내렸다. 반면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자유민주당 대표는 반대표를 던졌다.
노동당은 일단 찬성표를 던졌지만 다음 주 상임위원회 심의단계에서 법안 수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EU 법안은 하원 상임위 심의단계로 넘어가는데 수정할지 여부가 이 단계에서 결정된다. SNP도 이 단계에서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SNP의 알렉스 살몬드 대변인은 “다음 주에 세부 질의가 있을 것이고 정부가 수정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방침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은 상임위 심의단계에서 수정 여부가 결정되고 나서 오는 8일께 다시 하원 전체표결을 거친다. 노동당이 브렉시트 발동을 받아들인 만큼 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
법안은 오는 20일 상원으로 넘겨진다. 영국 정부는 오는 3월 초까지 법안 승인절차를 끝내고 나서 오는 3월 말까지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할 계획이다. 그 뒤 2년간에 걸친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한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열린 총리와의 질의·응답에서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계획을 더 구체화해 이를 담은 백서를 2일 내놓겠다고 밝혔다.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발동안을 표결에 부친 것은 지난달 24일 영국 대법원이 브렉시트 협상 시작 전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당시 데이비드 뉴버거 대법원장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의미는 매우 무겁지만 그럼에도 법적으로는 의회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며 “브렉시트 협상 발동 권한은 총리가 아닌 의회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