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심하는 특검이 최순실(61) 씨의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해 삼성이 연루된 사실을 포착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최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 중이다. 특검은 전날 알선수재 혐의로 2차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앞으로 48시간 동안 최 씨를 강제조사할 수 있다.
특검에 따르면 최 씨는 미얀마 공적개발 원조사업(ODA)에서 개인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미얀마 컨벤션센터를 무상으로 지어주고 한류기업을 입점시키는 'K타운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최 씨는 이 프로젝트 대행사로 현지에서 사업 중인 인모 씨의 업체가 선정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회사 지분 상당수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번 사안에서도 삼성이 최 씨의 이권 개입을 돕는데 간접적으로나마 지원을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30년 간 삼성에서 일한 유재경(58) 주 미얀마 대사는 사업 논의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5월 임명됐다. 특검 관계자는 "유 대사가 삼성에서 근무했던 사람이고, 삼성과 최 씨가 관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씨가 인 씨의 회사를 통해 이득을 챙기기 수월하도록 최 씨에 우호적인 삼성맨을 대사에 임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유 대사는 삼성전기 전무를 지냈고, 대사 임명 전까지는 외교 관련 이력이 없어 외교부 내부에서도 인선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알선수재 혐의 특성 상 유 대사가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은 낮다. 유 대사가 직접 돈을 받거나 최 씨와 공모한 사실이 포착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또 삼성 측은 외교부 공식 발표 전까지 유 대사 임명 사실을 몰랐고, 인선에 관여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당일 유 대사는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에 출석했다. 유 대사는 조사를 받으러 들어갈 때는 "저는 지금도 누가 저를 대사에 추천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하더니 조사과정에서는 최 씨 추천으로 대사에 임명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최 씨를 여러 차례 만났다고도 진술했다. 특검은 유 대사가 최 씨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최 씨에게 회사 지분을 넘긴 인 씨와 유 대사의 전임자인 이백순(58) 전 대사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를 마쳤다. 특검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추가 소환 여부는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