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좌충우돌] 편향된 낙관주의가 기둥을 흔든다

입력 2017-01-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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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눈치만 보고 있을 뿐입니다.” 재계 관계자들 입에서 나오는 공통된 한숨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정농단에서 드러난 대기업들과 청와대의 부끄러운 관계로 인해 민심은 촛불이 아닌 횃불로 이미 번졌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에 대한 탄핵과 특검으로 몇 달째 뒷걸음만 하는 느낌마저 드는 새해 벽두다. 올해는 대기업들에 여느 때와 다른 한 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그리고 대선주자들은 공통적으로 정경유착에 대한 단호한 결단들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재계 일각에서는 경영인들의 프레임(인식의 창)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스스로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간은 다양한 형태로 조직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경영인은 활동과 생각을 회사를 유지하고 수익을 많이 남기기 위한 ‘단순 경영’에 국한하면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기업문화는 성장 지향적이다.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인 책임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많은 이윤만 남기면 되는 비만형 성장으로 사회구조가 진화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프레임이 시대와 맞지 않게 변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정농단 특검과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국민들이 여실히 느끼고 있다. 이제는 기업 스스로가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느끼고 변해야 하는 차례다.

대기업 오너들은 최근의 상황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스톡데일 페러독스’를 곱씹어 봐야 한다.

스톡데일 페러독스는 숨죽이고 기다리다 보면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낙관하면 무너진다는 ‘희망의 역설’을 뜻한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 때 하노이 힐튼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던 미군 장교이다. 1965년부터 8년간 갇힌 그는 잘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어려운 현실을 끝까지 직시하며 대비했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었다. 반면 다른 포로들 중 곧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낙관주의자들은 대부분 상심을 못 이겨 죽고 말았다.

미국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회사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로 ‘스톡데일 페러독스’를 꼽았다.

짐 콜린스는 역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한 회사는 살아남은 반면, 조만간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낙관한 회사들은 무너지고 말았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지적하고 있다.

짐 콜린스가 묻자 스톡데일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무언가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것과 아무리 가혹한 현실이라도 그것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인 것입니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현재를 벗어나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숙제에 직면해 있다.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직시하고 스스로 먼저 대비해야 한다. 잘 풀릴 것이라는 편향된 낙관주의는 그나마 쌓아 올린 기업의 기둥마저 흔들고 무너뜨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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