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금융사 연쇄 반응 촉각
KB국민카드가 2011년 은행에서 분사된 이래 최초로 대졸 초임을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금융사가 대졸 초임을 깎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불어닥친 2009년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23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 입사한 신입사원(33명)에 대해 올해부터 기본급을 일정비율 삭감해 지급한다고 밝혔다. 첫 월급 지급일이었던 지난 20일부터 초임 삭감이 바로 적용됐다.
삭감 비율은 총연봉을 기준으로 최대 10%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들 신입사원은 기본급, 상여금, 시간 외 수당, 연차수당 등을 포함한 총연봉이 전년 입사자 초임 대비 10%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국민카드 초봉이 5000만 원 초ㆍ중반 수준인 만큼 이번 신입사원은 500만 원 이상 감소된 초임을 받게 된다.
국민카드 초임 삭감은 2011년 국민은행에서 분사된 이래 최초의 일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졸 초임 기본급은 매년 상승했다. 반면 올해 신입사원을 제외한 기존 임직원들 연봉은 근속 연수에 따라 자연 증가됐다.
통상 대졸초임 삭감은 대형 경제위기 시에나 동원되는 최후의 카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은행들이 대졸 초임 20% 삭감, 기존 임직원 임금 반납 등에 나선 것도 이런 경우였다.
사측이 신입사원 초임 삭감에 나선 것은 우선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KB카드의 작년 3분기 순익은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게다가 카드업 규제 강화로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초임 삭감은 또 윤웅원 카드사장이 임금 구조 합리화를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웅원 국민카드 사장은 신입사원 채용 절차가 마무리된 지난해 11월 말경 신입사원 초임이 너무 높다는 불만을 노조 측에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카드 내부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2800여 명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재무적 성과를 보여주려 노력 중”이라며 “카드도 그런 차원에서 대졸 초임을 삭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카드의 대졸 초임이 지주 내 다른 계열사(국민은행ㆍKB손보 등)보다 높았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다른 금융회사의 대졸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민카드 노조 측은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초임 삭감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대졸 초임은 법적으로 노사 합의 사안이 아니다"며 "그런 논쟁을 떠나 초임 인상은 노사합의에 의한 인상분에다 근무연수에 따른 자연인상분을 더해 이뤄져 왔는데 근무연수 부분을 신입사원에 적용하는 게 적절치 않아 이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