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뇌물' 법리 구성 사실상 좌초…대기업 수사 줄줄이 차질 전망

입력 2017-01-19 08:58수정 2017-01-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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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철 특검 대변인. 사진=이동근 기자 foto@)

법원은 19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뇌물 혐의를 구성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법리를 사실상 부정했다. 대가성을 인정할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다. 특별검사팀은 전날 "결과에 상관없이 대기업 수사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 다른 대기업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장 결론 가른 ‘대가성’ 여부 = 전날 영장심사를 마치고 난 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인 송우철(55·사법연수원 16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뇌물공여죄의 대가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특별검사팀도 이에 동의하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조의연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인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해 밝혀진 정도가 부족하고 △삼성의 최순실(61) 씨 측에 대한 각종 지원 경위와 법적 평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을 봤을 때 구속 필요성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에 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영장 관계없이 기업 수사” 공언한 특검, 난관 봉착 = 법원의 불구속 결정이 곧바로 무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뇌물ㆍ횡령ㆍ위증 등의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를 벌일 방침이어서 이 부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게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204억여 원의 출연금을 낸 것 외에 최순실(61) 씨 측에 200억 원대 후원을 약속하고 일부 금액을 실제로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특별검사팀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뇌물죄 적용이 가장 용이했던 기업을 상대로 빠르게 구속영장을 청구, 승부수를 던진 셈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뇌물혐의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다른 기업들에 대한 수사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최 씨 측에 돈을 건네지 않고 재단 출연금만 냈던 SK나 롯데그룹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야 하는 특검으로서는 뇌물죄 법리 구성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특검은 SK그룹과 롯데그룹이 총수 사면이나 면세점 사업 특혜를 대가로 거액을 출연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도 이를 예견한 듯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결과와 관계 없이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단 첫 발이 산뜻하지 못해 기업 대상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당초 검찰은 기업들을 직권남용 혐의의 피해자로 결론냈다. 뇌물죄나 제3자뇌물 등 다양한 법리가 검토됐지만, 특별검사 출범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해 박 대통령과 최 씨, 안종범(58) 전 청와대 수석의 공모관계를 구성하는데 그쳤다.

특별검사팀은 남은 수사기간 동안 부족한 논리를 보강해 삼성을 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차 기각될 경우 수사동력 자체가 상실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돼 영장 재청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은 이미 최지성(66) 부회장이나 장충기(63) 사장 등 삼성 핵심 임원들에 대해 불구속 수사 원칙을 내세웠고, 이 부회장을 다시 소환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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