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인사이트] 섣부른 ‘황교안 대선주자 만들기’ 경계해야

입력 2017-01-18 10:26수정 2017-01-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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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불출마 선언에도 황교안 카드가 보수 대권 카드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른바 제3지대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누리당 후보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모습이다. 상반기 조기대선 모드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여전히 마땅한 대권 후보를 찾지 못하는 보수 진영에서는 보수색을 띠는 황 대행을 히든 주자로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도 이러한 분위기를 거들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황 대행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나설 경우 지지율이 9.5%에 달하며, 4위를 기록했다. 또 갤럽이 매월 실시하는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황 대행은 5%의 지지율을 얻으며 처음으로 상위 8위권 대선주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황 대행도 박 대통령 탄핵 이후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신년 대국민담화를 통해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 대신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갖는다. 정치와 외교를 넘나드는 행보에 정치권에선 황 대행이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16일 황 대행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새누리당 관계자는 “권한대행이 국민들에게 인기가 좋다”며 “중심을 잡고 안정감 있게 뚝심으로 버텨 주시고 잘해 주시리라고 믿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설령 황 대행이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더라도 새누리당의 전략으로 굳혀지면 대선후보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은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황 권한대행을 대선주자로 과도하게 띄우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다. 대통령 직무정지로 혼란스러워진 국정을 안정화하는 데 매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행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이 경우 국정수습에 대한 책임을 도외시하고 국정공백을 악화시킨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아직은 우세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 국정 교과서 문제까지 박근혜 대통령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듯한 황 대행의 발언과 행보는 여전히 비난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이 보수 진영에서는 황 대행을 ‘대안’으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민심에는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원칙론에 지나치게 얽매여 포용과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황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를 수행하면서 과잉 의전과 국회와의 소통 부족으로 자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신년 업무보고에서 차관들에게 예행연습을 하게 하는 등 과도한 격식을 갖추게 하거나, 마치 대본대로 짜맞추는 식의 토론과 질의응답으로 공무원들의 피로감이 가중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시나리오’ 없는 유연한 사고방식과 격의 없는 소통이야말로 시대정신에 걸맞은 차기 대선주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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