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영장청구 1호 사건
특검팀은 16일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횡령,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그룹 핵심조직인 미래전략실 소속 최지성(66) 부회장과 장충기(63) 사장, 박상진(64)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은 불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2015년 그룹 현안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를 무사히 해결하는 대가로 최순실(61) 씨 일가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의 출연금을 냈고, 최 씨 조카 장시호(38)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지원했다. 또 최 씨 모녀의 독일회사인 코레스포츠와는 220억 원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혐의에는 일반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개념이 모두 포함됐다. 특검은 다만 각각의 혐의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액수를 특정하지 않았는데, 우선 밝힌 바로는 총 공여 액수가 430억 원대다. 특검 관계자는 "(실제로 건넨 금액과) 약속한 금액을 모두 포함해 430억 원대"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용할 혐의를 검토하기 위해 막판까지 법리 검토에 주력해왔다. 일반 뇌물죄든 제3자 뇌물죄든 뇌물을 건넨 이 부회장 쪽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일반 뇌물죄의 경우 제3자 뇌물죄에 비해 대가성 입증 부담을 더는 반면, 최 씨와 박 대통령이 경제공동체를 이뤄 사실상 재산 관리를 공동으로 해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육영재단 관계자들을 불러 박 대통령의 재산내역을 파악해왔다. 특검은 지금까지 확보한 물적증거로도 충분히 이 부분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통해 결정된다. 영장이 기각되면 향후 특검 수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영장이 발부되면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하는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검은 아직까지 박 대통령에 대해 형식적인 입건은 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이 부회장 영장에도 뇌물을 받은 상대방에도 최 씨만 기재했다. 특검 관계자는 "대통령도 현재 일반 뇌물죄, 제3자 뇌물죄 둘 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재단 출연금을 낸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예고했다. 특검은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관련 정황이 포착되면 기업 관계자들을 줄소환할 방침이다. 현재 다음 수사대상으로는 총수 사면, 면세점 특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SK, 롯데, CJ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