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증인' 최순실, "고영태가 다 조작…검찰ㆍ특검은 강압수사" 주장

입력 2017-01-1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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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대한민국 검사들이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를 압박하고 강압수사를 해서 특검 조사도 못나가고 있다. 제가 죽을 지경이다."

16일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비선실세' 최순실(61) 씨가 검찰과 특검이 자신을 상대로 강압 수사를 했으며, 고영태(41) 씨 등 측근들의 조작으로 인해 곤궁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 씨는 구치소 호송차량을 타고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 나섰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변론에서 최 씨는 청와대에 출입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소추위원 측 질문에 "그렇다"고만 대답하고,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주도한 사실은 부인했다. 두 재단을 통한 수익사업도 차은택(48) 씨와 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을 뿐 자신은 관여한 바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최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늦어질 것을 고려해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안종범(58) 전 청와대수석에 대한 신문 시간을 5시로 늦췄다.

◇검찰 강압 수사 주장… “조서 기재 사실 인정 못해”

소추위원 측은 최 씨의 검찰 조서를 근거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등 개인회사를 통해 사실상 수익사업을 벌이려 했다는 점에 관해 추궁했다. 그러나 최 씨는 "독일에서 오자마자 정신없이 검찰 조사를 받아서 (조서가) 제대로 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추위원 측이 "다 읽어보고 확인한 후에 도장찍은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최 씨는 "거의 다 못읽어봤다, 변호사도 하루 하고 그만 뒀다"며 "검찰 조사를 받고 확인할 때가 새벽 1시35분인데, 얼마나 피곤하고 쓰러질 지경이었는지 아시느냐"고 반문했다. 40분에서 1시간 정도 조서를 읽어보라고 주어진 시간에 무얼 했느냐는 질문에는 “힘이 들어서 거의 뻗어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오히려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다 나올 거다, 강압적으로 저한테 (조서에 도장을) 찍었나 인찍었나 묻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씨가 독일에서 오자마자 정신없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귀국한 최 씨는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으로 지쳐있다는 사유로 '하루정도 몸을 추스를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하루 반나절 가량의 시간을 줬다. 반면 차 씨는 귀국하는 즉시 공항에서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걔네들’이 알아서 한 일 주장, “녹음파일도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

최 씨는 차 씨와 고 씨를 묶어 '걔네들'이라고 지칭했다. 고 씨가 더블루케이를 설립하고 싶다고 해서 자본금을 댔을 뿐, 사업에 관여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차 씨가 운영한 플레이그라운드도 마찬가지로 진술했다. 최 씨가 K스포츠재단 회의록을 통해 운영에 관여한 정황에 대해서는 "그 자체를 인정 못한다, 누가 작성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씨는 오히려 "사업구조는 어떤 형태로도 만들어볼 수 있고,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제가 다 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데, 저는 돈을 '먹으려고' 한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 고영태가 이렇게 사업을 짰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고영태가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고 씨가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증언한 내용에 관해서도 “고영태의 증언 자체는 완전히 조작이다, 고영태 진술은 신빙성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관해서는 앞으로 대답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이날 검찰 조서 외에 그동안 증거로 알려진 녹음파일 등도 모두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소추위원 측은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문화 융성 사업을 논의한 '정호성 녹취록' 내용을 들고 나왔다. 2013년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회의하는 도중 최 씨가 '문화체육'이라는 단어를 말하자 박 대통령이 '너무 노골적이다, 그러면 역풍 맞는다'고 말하는 대화 내용이다. 이를 근거로 소추위원 측은 '이미 당선인 시절부터 재단 설립을 생각했던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최 씨는 "일정 부분만 따서 언론에 나왔다. 어떤 이권이나 이득을 챙기지 않았고, 취임 전부터 준비를 했다는 건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정 조절 안되는 듯 소리치듯 말하기도…“증언 거부하겠다”

수의에 검정 패딩을 덧입고 심판정에 나선 최 씨는 소추위원 측 질문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느냐”, “그사람에게 물어보라”며 격앙된 톤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약 1시간 반에 걸친 질문에 증언이 엇갈리는 장면도 나왔다. 최 씨는 ‘정호성을 정과장이라고 부르느냐’는 소추위원 측 질문에 “정 비서관이라고 한다”고 답했지만, 정동춘 씨를 K스포츠 이사장에 추천한 이유를 답하면서는 “(이사장) 공백이 오래니까 ‘정과장’한테 추천했다”고 표현했다.

‘증인의 형사재판이 아니다, 재단 운영 잘못되나 보기도 하라고 대통령이 지시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정확히 물어봐달라”고 말한 뒤 “그런 유도 심문에는 답하지 않겠다, 내가 검찰 조사 받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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