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조사내용 검토후 사법처리 방안 결정"
최순실(61) 씨 일가에 대가성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22시간에 걸친 마라톤 조사를 받고 13일 오전 곧바로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금명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날 오전부터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 50분께 특검 사무실을 나와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했는지’, ‘청문회에서 위증한 게 아닌지’, ‘아직도 삼성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나’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준비된 차량을 타고 서둘러 떠났다.
이 부회장은 출근 직후 주요 팀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특검 수사에 대비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대가성 뇌물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못 이긴 결과물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공갈·강요의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양재식(52·사법연수원 21기) 특별검사보 지휘 하에 한동훈 부장검사, 김영철 검사가 맡았다.
이 부회장이 조사를 받는 동안 박상진(64) 대외협력담당 사장도 13시간 동안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박 사장은 독일로 건너가 최 씨 일가에 대한 지원 방식을 구체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내용을 토대로 뇌물, 횡령, 배임 등 혐의 내용을 다각도로 검토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사법처리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 최 씨 모녀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정상적인 절차로 사용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면 횡령·배임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회삿돈을 빼돌려 최 씨 측에 지원한 사실이 확인되면 횡령, 최 씨 측을 지원할 목적으로 회사로부터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하면 배임이 된다.
그러나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특검 이미지에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영장 청구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서 삼성의 대외신인도에 미칠 영향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입건 여부도 일괄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미래전략실 최지성(66) 부회장과 장충기(62) 사장에 대한 신병처리 방식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증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국조특위는 12일 그를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협박과 다름없는 요청을 하는데 어느 기업인이 거절할 수 있겠느냐”며 “특검이 혐의를 확신하더라도 글로벌기업 총수로서 기업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불구속 기소가 최선의 방안일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