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시대] “자본 확충과 함께 수익성 극대화 전략 세울때”

입력 2017-01-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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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금융투자산업 방향 긍정적…국내 증권사 기업금융 역량 아직”

올해 국내 증권산업는 커다란 변화의 파고를 예고하고 있다. 미래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표방하는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속속 대형화에 나서면서 금융투자업계 판이 변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 경영자들의 신년사에는 ‘패러다임 전환’, ‘새로운 변화’, ‘혁신’ 등 단어가 유난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 훗날 2017년이 글로벌IB의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증권산업의 이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덩치가 커진 국내 증권사들이 그만큼 숙성된 기업금융 역량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몸집불리기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자본규모 대형화는 반드시 필요 = 올해 증권업계의 변화는 글로벌화에 대비한 ‘대형화’로 요약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단계별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방안’을 추진하면서 부터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순위는 통합 미래에셋대우(자기자본 6조7000억 원)가 업계 선두로 올라섰고, 이어 NH투자증권(4조5900억 원), 한국투자증권(4조200억 원)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가 제시한 ‘4조 원’ 기준을 맞추기 위해 삼성증권과 통합 KB증권도 증자를 통해 3월 전까지 각각 4조~4조1000억 원 수준으로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증권사들은 본질적으로 모험자본 축적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내할 만한 수준의 자본규모를 갖춰야 한다”며 “이미 IB의 대형화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글로벌 자본시장의 기본적 추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아직 자본규모에 상응하는 수준의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의 2011년 통계를 보면 국내 증권산업의 수익구조는 위탁매매(44.2%), 자기매매(37.5%), IB(4.9%) 등으로 편중이 심하다. 반면, 미국은 위탁매매(21.6%), 자기매매(2.7%), IB(10.5%), 펀드판매(16.8%), 기타(38.8%) 등으로 수익원이 다양하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 실장은 “증권사의 자본금 확충 자체가 글로벌 IB의 탄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해외 네트워크와 기업금융 역량은 국내 업계가 앞으로 계속 키워가야 할 부문”이라고 지적한 뒤 “그간 금융당국이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중요해지는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IB와 격차,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어 =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가 여전히 해외 주요 IB와 비교해 초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기자본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2015년 말 기준 주요 글로벌IB의 자기자본은 골드만삭스 102조1000억 원, 모간스탠리 88조500억 원 등이다. 국내 1, 2위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아시아권에서도 12위와 17위로 노무라홀딩스(28조1000억 원)은 물론 중신증권(25조6000억 원), 해통증권(21조1000억 원) 등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글로벌 IB와의 자본격차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성장은 ‘결론’이 돼야 한다. 수익성을 바탕으로 덩치가 커지는 것이지 거꾸로 갈 수는 없는 것”이라며 “자본확충도 충분한 자본의 건전성을 전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초대형 IB에 국내 자본이 집약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실제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대형화가 자칫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자기자본이 늘어난다는 점은 신용등급에 있어서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늘어난 자본이 리스크가 높은 곳, 경험이 많지 않은 신규사업 분야 등에 투입될 경우 총자산순이익률(ROA)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황세운 실장은 “국내에서 대형 글로벌IB가 탄생한다면 자칫 그 회사가 잘못됐을 때의 위험성도 커지는 것”이라면서 “리스크 통제가 되지 않았을 경우 과거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일이 한국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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