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윤전추 행정관이 재구성한 당일 행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2차 변론 기일에 유일한 증인으로 나선 윤전추(38) 청와대 행정관은 3시간 40분에 걸친 신문 과정을 통해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장시간 증언했다. 소추위원 측은 "윤 전 행정관의 일방적인 진술만 있었고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평가했고, 박 대통령 측은 "상당 부분 의혹이 밝혀졌다고 생각한다"며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헌법재판소는 5일 서울 종로구 재동 청사 대심판정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청와대 이재만(51)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51)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영선(39) 행정관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이 세 명은 심판정에 나서지 않았다.

소추위원 측은 윤 행정관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일인 2014년 4월 16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추궁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윤 행정관은 최순실(61) 씨의 관계나 청와대 입성 경위에 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대답할 수 없다"고 모호한 태도로 답변했지만, '세월호 7시간' 의혹에 관해서는 준비된 듯 명확하게 박 대통령의 당일 행적을 진술했다.

이날 증언에 의하면 윤 행정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7시30분께 청와대로 출근했다. 본관에서 대기하던 그는 8시30분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관저로 이동했다. 관저에 딸린 사무실에 자리를 잡은 윤 행정관은 9시께, 아침 식사를 마친 것으로 짐작되는 박 대통령이 관저에 마련된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윤 전 행정관은 오전 내내 TV를 틀어놓고 세월호 관련 소식을 챙겨봤지만, 박 대통령이 머문 사무실에는 TV가 없었다. 오전 10시 15분 박 대통령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고, 'TV 중계를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면 좋으실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박 대통령이 노트북 등 다른 기기로 중계를 봤는지는 알 수 없다.

윤 전 행정관은 박 대통령이 사무실로 들어간 지 얼마 안돼 서류를 받아 전달했다. 이 때 윤 전 행정관은 대통령을 대면한다. 평소에는 인터폰을 통해 연락하고 물건을 정해진 위치에 놓고 가면 박 대통령이 받아가지만, 이 때는 대통령이 급하게 사무실에서 나와 마주한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윤 행정관은 대통령의 구강청결제를 같은 방식으로 전달했지만 이 때는 마주하지 못했다. 얼굴 시술을 받아 양치를 할 수 없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 그 제품이다. 윤 행정관은 "목이 부었을 때 쓴다, 저도 그렇게 쓰는데 오해를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류가 전달된 지 얼마 안돼 안 전 비서관이 급하게 박 대통령을 만나러 들어왔다. 윤 행정관은 점심식사 전까지 안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관저 사무실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점심을 혼자 먹었다. 평상시 식사 시간인 12시보다 늦은 때에 식당으로 이동했고,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는 게 윤 행정관의 증언이다.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지만 오후에 정호성(48) 비서관이 급하게 박 대통령이 있는 사무실로 갔다. 윤 행정관은 "구조가 됐다고 해서 안정적인 분위기였다가 오후에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오후 2시 50분께 전원구조가 오보라는 국가안보실장의 서면보고가 올라왔다. 당시 국가안보실에서는 대통령이 어딨는지를 몰라 본관과 관저 두곳에 모두 보고서를 보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박 대통령의 머리를 다듬기 위해 외부에서 화장과 머리손질을 담당할 2명이 청와대에 들어왔고, 윤 행정관이 이들을 직접 관저까지 데리고 왔다. 미용실 인력을 데려오라는 지시를 누가 내렸는지 윤 행정관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평소 30~40분 걸리던 박 대통령의 '올림머리'는 20분이 채 안돼 완성됐고, 의상실에서 민방위복을 챙겨 대기하고 있던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옷을 갈아입혔다. 이후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향할 때 윤 행정관은 미용실 인력 2명을 청와대 밖으로 내보냈다.

헌재는 준비기일을 통해 박 대통령 측에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시간대별로 상세히 해명하라'고 요구했지만, 대리인은 이날 윤 행정관의 증언을 뒷받침할 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다. 대리인 중 한 명인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능한 빨리 제출하려고 한다, (세월호 해명을 할) 마지막 기회니까 완벽하게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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