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등락폭이 심한 하루였다. 전날 미 증시가 상승마감했다는 소식으로 18.57포인트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 지수는 장중 2003.20까지 오르며 전고점을 향해 질주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추락, 1923.07까지 떨어졌다. 장중 변동폭이 80포인트를 오르내린 셈이다.
오늘과 같은 장세를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3분기 실적악화 우려니, 유가 상승영향이니, 중국의 긴축정책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원인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악재이지 않았던가. 특히 메릴린치의 실적악화 우려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연장선장에 있다고 봐야한다.
무엇보다 오늘과 같이 더운물과 찬물을 오가는 냉온탕 장세를 펼친 이유는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반영한다. 즉, 뚜렷한 상승모멘텀도 없는데 2000포인트를 넘어선 지수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지수하락을 부추겼다.
내일은 중국에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아무래도 중국당국은 추가긴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또 다음주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결정하게 된다.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것 역시 전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금리인하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기가 불안하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불안감이 가중되는 시점이다.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위원은 "오늘 장세는 돌출악재가 있어서 지수를 끌어내린 것이 아니라고 보며, 근본적으로 시장에 우호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단기급등을 한 탓으로 시장이 부담을 느껴 하락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과 같은 냉온탕을 오가 듯 빠르게 변화하는 증시 분위기에서는 단기적인 투자전략이 매우 혼란스러워질 수 있는 시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나서야 하는 투자자들이라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장에 접근한다면 전혀 무리가 없겠지만 증시의 불규칙 바운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단기적인 투자 관점에서는 공격적인 대응보다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조금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증권 최성락 연구원 역시 "최근 돌출된 악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며 "단지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근 주가가 단기 급등해 그에 따른 부담으로 지수가 하락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긴축정책과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어 불안한 장세이지만 조정 자체는 8월달에 끝났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의 조정은 상승추세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조정이라고 판단된다"며 "조정을 받을 때 매수하는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