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숨 고른 제약사들, 정유년 글로벌 성과 분수령

입력 2017-01-0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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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ㆍ녹십자ㆍ유한 등 작년 악재 겪은 업체들 올해 글로벌 성패 타진..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 해외침투도 관전포인트

2016년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 과정에서 의미있는 한 해로 추억될 공산이 크다. 2015년부터 지속된 한미약품의 초대형 기술수출 성과로 글로벌 시장에 근접했다는 자신감이 고조됐지만 기술수출 권리 반환, 해외 임상 중단 등의 악재가 속출하는 반전이 이뤄졌다. 국내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 가능성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하는 시선도 많아졌다. 올해 제약사들의 해외 성과에 따라 향후 글로벌 진출 성패가 판가름 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 랩스커버리 약물 상업화 시험대..녹십자ㆍ유한 등 글로벌 재도전

올해는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한 신약의 후속 개발 여부가 가장 큰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에도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과 체결한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며 울상을 지었다.

한미약품의 핵심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로 투여 횟수 및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사노피와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약물 3개(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지속형인슐린콤보)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금은 4억 유로(약 5000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다. 이중 지속형인슐린의 권리는 반환됐고 지속형인슐린콤보는 일정기간 한미약품의 책임으로 개발한 이후 사노피가 이를 인수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현재로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계약 조건만 아무런 수정이 없지만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용 의약품의 생산 지연 문제로 후속 임상시험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얀센에 기술수출한 랩스커버리 적용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도 임상시험 도중 잠시 중단된 상태다.

만약 한미약품이 랩스커버리 적용 약물의 생산 지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술 수출 중 가장 큰 성과가 물거품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얀센과 체결한 기술수출 규모는 약 6조원으로 전체 기술수출 규모의 70%에 육박한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와의 계약 수정으로 개발비용도 일부 부담키로 해 올해는 R&D 비용 추가 부담도 감수해야하는 처지다. 물론 제넨텍과의 계약과 같이 새로운 기술수출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랩스커버리 약물의 성패가 한미약품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미약품 기술 수출 현황
녹십자도 올해에는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지난해 녹십자는 주력 분야인 혈액제제의 해외 시장 진출이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녹십자는 미국에서 임상3상시험 중인 유전자 재조합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을 중단했다. 2012년 임상3상시험에 진입한지 4년 만에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미국 시장 진출을 보류했다. 또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가 전망됐던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미국 시장 진출 시기가 미뤄졌다. 2015년 11월 FDA에 제출한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생물학적제제 품목허가 신청서에 대한 검토완료공문을 통해 제조공정 관련 자료의 보완을 지적받은 것이다. 녹십자는 FDA로부터 지적받은 제조공정을 개선하고 최종 승인 절차를 거쳐 올해에는 IVIG-SN의 최종 승인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미 녹십자는 북미 생산거점으로 캐나다에 약 1870억원을 투입해 혈액분획제제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등 미국시장 진출 채비를 마친 상태다.

유한양행도 지난해 말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12월 유한양행은 중국 제약사 뤄신과 체결한 항암제 후보물질 ‘YH25448'의 기술 이전 계약을 해지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 뤄신과 항암 신약으로 개발 중이던 ‘YH25448'의 중국내 개발, 허가, 생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넘기는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600만달러를 받고 개발 및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수출료(마일스톤) 1억20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유한양행 입장에서는 지난 2008년 위장약 ‘레바넥스’를 중국에 수출한 이후 8년만에 이뤄진 신약 수출 계약이다. 그러나 유한양행은 계약금 한푼도 받지 못하고 ‘뤄신의 일방적인 계약불이행’이라는 이유를 대며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하반기 이후 임상 1상시험 결과를 통해 신약의 가치를 높인 이후 YH25448의 글로벌 기술수출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인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기업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8월 차세대 신약으로 개발하던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YH14618’의 임상시험을 중단하며 쓴 맛을 보기도 했다.

동아에스티가 지난해 기술수출한 신약의 후속 개발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미국제약사 4월 토비라와 총 6150만달러 규모의 당뇨약 ‘에보글립틴’의 슈가논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당뇨치료제가 아닌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용도로 에보글립틴의 상업화를 시도하는 조건이다. 계약에 따라 토비라는 자체개발 중인 NASH치료제 세니크리비록에 에보글립틴을 결합한 복합제 개발을 위한 임상1시험에 착수한 상태다. 세계적으로 NASH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물이 없어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시장에서의 가치도 높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동아에스티가 ‘깜짝’ 기술수출에 성공한 면역항암제 '멀티K(MerTK) 저해제'도 올해부터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타진한다. 동아에스티는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애브비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총 5억2500만달러(63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4000만달러(약 480억원)로 동아에스티 창립 이후 최대 규모다. 이 물질은 아직 후보물질 탐색 단계이기 때문에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애브비가 거액을 들여 기술을 도입한 만큼 연내에는 이 물질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JW중외제약이 야심차게 개발 중인 차세대 표적항암제 ‘CWP232291’도 올해 유망주로 주목받는다. CWP232291은 혁신적 신약(First-in-class)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약후보물질로 암세포의 성장과 암 줄기세포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물질인 Wnt/β-catenin 기전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JW중외제약은 이 제품을 재발/불응성 다발성골수종치료제와 급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로 개발 중인데 현재 두 용도 모두 임상1상시험을 진행 중이어서 기술수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밖에 이달부터 LG화학에 흡수 합병된 LG생명과학의 행보도 주목을 받는다. LG화학은 LG생명과학은 이달부터 LG화학으로 흡수 합병된다. LG화학은 “LG생명과학의 연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현재 1000억원 수준에서 3000억~5000억원 규모로 늘려 동시에 10~20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미국 침투 원년..삼성바이오에피스도 해외시장 데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의 미국 무대 도전도 관전포인트다.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항체 바이오시밀러 중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시장에 발매됐다. 램시마의 오리지널 제품 ‘레미케이드’는 미국에서 연간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레미케이드 뿐만 아니라 같은 적응증을 대상으로 하는 TNF-알파 억제제 시장에도 침투 효과가 기대된다. TNF-알파 억제제의 미국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가 유럽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한 만큼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도 자신한다. 지난 1분기 기준 노르웨이에서는 전체 TNF-알파 억제제 시장에서 점유율 59%를 차지했고 동일 성분 시장에서는 9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미 셀트리온은 지난해 11월 미국 판매 일정에 맞춰 통관 기준 약 2600억원 규모의 램시마를 공급했다.

램시마에 이은 셀트리온의 후속 바이오시밀러도 속속 글로벌 시장에 데뷔한다. 지난해 12월 ‘맙테라’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허가를 권고받으면서 유럽 시장 진출이 임박했다. 맙테라 바이오시밀러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른 행보다. 맙테라는 연간 글로벌 매출이 8조원에 달하는 대형 제품이다. 항암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출격 대기 중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0월 유럽 EMA에 허쥬마의 승인을 신청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FDA 신청도 계획 중이다. 허쥬마의 해외 시장 진출이 성사되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3종이 총 25조원 규모의 시장을 공략하는 셈이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도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 매출이 발생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총 6개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돌입했다. 그룹으로부터 투자받았거나 투자가 확정된 약 1조원의 자금력을 앞세워 동시다발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서며 셀트리온을 추격하는 형국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2종을 유럽에서 승인받고 판매를 시작했다. ‘휴미라’, ‘허셉틴’, ‘란투스’ 등 대형 시장에도 진입이 예고돼 있어 올해부터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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