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플에 대한 제재가 절실한 이유

입력 2016-12-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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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산업2부 기자 nova@

이동통신사들은 애플과 관련한 질문에 대부분 ‘모르쇠’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애플과 국내 이통사들의 계약 조건은 철저히 갑과 을의 관계이다. 아쉬운 쪽은 국내 이통사들이다. 국내에 아이폰에 대한 충성고객이 워낙 많다 보니 불합리한 조건인 줄 알면서도 국내 이통사들은 애플과 계약을 맺는다.

그동안 애플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나 유통을 담당하는 이통사에 제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제품의 결함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발을 동동 굴러야 했고,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이통사들은 난감하기만 했다. 이통사들은 새 아이폰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애플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다. 애플이 제시하는 수량만큼 사들여야 했고, 비밀 조약 탓에 경쟁사들이 어느 정도 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매년 재고가 쌓였는데, 재고를 해결하기 위한 마케팅비는 이통사들의 몫이었다. 최근에는 광고비를 떠넘기는 등 불공정 계약이 포착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내년 초 과징금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애플은 이통사 대리점에 홍보 포스터 개수와 부착 위치까지 지정하고 이를 어기면 불이익을 준다. 애플은 2009년 국내 진출 후 수차례 제재를 받았지만, 과징금 제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통사들과 애플 간 불공정 거래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그동안 애플의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았기 때문. 애플스토어가 없는 국가는 AS 대행사가 서비스를 대행하는데 애플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어서 수리 방법이나 수리 기간이 오래 걸렸다.

공정위가 애플에 과징금 제재를 가해야만 애플의 갑질을 멈출 수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23.05%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19.30%보다 높은 편이다. 국내에 유독 아이폰에 대한 충성고객이 많다.

내년이면 애플이 국내 시장에 들어온 지 10년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애플의 태도도 변하길 기대해 본다. 당근을 통한 전략이 불통으로 실패를 거듭했다면, 이번에야말로 채찍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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