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섭 작은행복 대표법무사
밥상을 앞에 놓고 아내가 해줬으면 하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싶으면, 내 뜻을 밝히면 될 것인데 그러지 않았다. 아내 생각이 내 생각에 미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아침상에서 맨 먼저 눈길을 보낸 것이 김치였다. 그 김치는 큰며느리가 전날 맏이 손에 들려 보내온 것이겠다 싶었다. 나로서는 그 김치가 대수일 수밖에 없었다. 그 김치 때문에 며느리와 아들이 부부싸움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김치, 서현이 어미가 보내준 거예요.” 첫 밥술을 떠서 입에 넣고 젓가락이 김치로 가는 순간 아내가 한마디했다. 사연은 대충 이랬다. 며느리는 갓 담근 김치를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에게 먼저 맛을 보여 주고 싶어 남편이 빨리 갖다 주기를 바랐는데, 맏이가 미적거려 재촉하다 작은 말다툼을 하게 됐다. 말다툼이 결국엔 부부싸움으로 번졌고, 맏이는 자정이 다 돼 부랴부랴 그 김치를 들고 왔다. 둘이 오순도순 잘 살기를 바라는 나로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사연이었다.
김치 자체를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 맨 먼저 젓가락을 가져간 것이 아니다. 맛을 빨리 보여 주고 싶어 하는 며느리의 마음이 참 귀한 선물이었다. 그랬기에 그 김치가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찍어 문자메시지 한 통을 띄워 보냈다. ‘오늘 아침 밥상 사진이다. 특히 김치가 참 맛있더구나. 시원한 굴도 들어갔고, 고춧가루도 좋은 걸 썼더구나. 그렇게 맛있게 담근 김치를 보내려고 하는데 애비가 말을 안 들었으니, 혼나도 싸지. 에이! 그 성질…. 꼭 나 닮아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