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없이 국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60) 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1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씨 등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최 씨는 628번 수감번호가 달린 상아색 수의를 입고 재판에 출석했다.
최 씨 측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최 씨의 변호인은 박 대통령, 안종범(57) 전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대기업들로부터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한 혐의에 대해 “세 사람이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최 씨 측은 또 포레카 지분 강탈 혐의에 대해서도 “안 전 수석과 이런 일을 한 적 없다”고 밝혔다. 용역수행 능력이 없는 더블루케이를 통해 K스포츠재단 자금 7억 원을 빼내려고 한 혐의에 대해서는 “민사 사안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최 씨의 변호인과 검찰은 이날 검찰이 최 씨 것으로 결론 낸 ‘태블릿 PC’의 감정 여부를 두고 다퉜다. 변호인은 “최 씨가 국정농단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중요한 증거로, 사건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철저히 증거로서 검증돼야 한다”고 감정 신청 사유를 밝혔다. 반면 검찰 측은 태블릿 PC는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비밀누설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일 뿐, 최 씨의 혐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태블릿 PC를 비롯해 정호성(47) 전 청와대 비서관의 통화 녹음 파일, 안 전 수석의 수첩 등을 감정할지를 다음 기일에 정하기로 했다.
최 씨의 변호인은 혐의를 부인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태극기와 촛불로 분열돼 엄청난 혼란이 일고 있다”며 “오늘 이 법정은 대한민국 사법사상 초유의 재판”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건의 심각성과 역사적 판단을 고려하면서도 철저하고 객관적인 증거로 합리적인 추론을 해 최 씨 등에게 합당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수석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안 전 수석 측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전했을 뿐 공모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정윤회 씨 부인이라는 사실 외에는 최 씨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도 했다. 반면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측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 때 증인 선정 등 입증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이달 29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린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와 안 전 수석은 대기업에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총 774억 원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롯데 측에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공무상 비밀 47건을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