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비ㆍ귀농 멘토링…물심양면으로 ‘귀농인 모시기’ 나서는 자치단체

입력 2016-12-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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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귀농·귀촌인을 유치하기 위한 전국 농어촌 자치단체들이 물심양면으로 나서고 있다. 주거와 영농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이사비, 집들이비, 장학금에 종량제 봉투까지 지원하고 있다.

◇창업자금, 체험단지, 정착지원금 제공하는 자치단체들…‘주민 역차별’ 반발도

전북 순창군은 귀농·귀촌하는 도시민에게 최고 1천만 원의 소득사업비를 준다.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자재나 농기계, 창고 등을 갖추는 데 쓸 수 있는 돈이다. 귀농 의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최대 3억 원의 창업자금을 빌려준다. 뿐만 아니라 주택을 사려는 도시민에게는 최대 5000만 원을 연리 2%로 지원하고 월 10만~20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가족이 함께 농사를 짓고 생활해볼 수 있는 ‘체재형 가족실습농장’이나 ‘셰어 하우스’도 마련했다.

경기도 연천군은 집을 지어 이사를 오면 최대 1000만 원의 정착지원금을 주고 100만원의 이사비를 내놓는다. 경남 창원시는 집을 새로 지으려는 귀농·귀촌인에게 설계비라는 명목으로 200만원씩을 주고 농기계 구입비도 가구당 100만원씩 보조한다. 충북 영동군은 최고 2억 원의 창업자금과 4000만 원의 주택자금을 융자해주고 농지나 농촌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와 등록세 50%를 지원해준다.

전북 완주군은 둘째 아이 이상을 낳는 귀농인에게 120만 원씩의 출산 장려금을 주고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가 있으면 입학금과 등록금을 합쳐 최대 200만 원을 준다. 충북 괴산군은 가구당 5만 원짜리 상품권에 5만 원의 자동차 번호판 교체비, 3만 원 상당의 지역 농특산물, 20매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까지 푸짐한 선물을 내놓는다.

강원도 홍천군은 무려 80억 원을 들여 귀농·귀촌인이 숙식을 해결하며 영농을 체험할 ‘체류형 농업 창업지원센터’를 만들었다. 가구별 농장과 시설하우스, 교육관에 체육시설까지 갖춘 최신식 시설이다. 충남 청양군도 빠듯한 살림살이에서 61억 원이나 들여 귀농·귀촌 시범단지를 만들고 있다.

파격적인 지원책에 대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주민도 나오고 있다.

◇ “마음까지 사로잡아라”…귀농 멘토링·컨설팅, 축제도 열어줘

자치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마음까지 사로잡으려는 세심한 지원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북 순창군은 먼저 귀농한 선배가 멘토가 돼 정착을 돕는 ‘귀농인 멘토 컨설팅제’를 도입했다. 귀농으로 겪는 어려움을 일일이 상담해주고 자칫 갈등이 생길 수 있는 마을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주며 정착을 돕는 제도다.

경남 고성군은 귀농인들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해결책을 모색해주는 ‘찾아가는 귀농·귀촌 현장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은 귀농·귀촌인과 마을 주민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원천적으로 막고 갈등이 생기면 해결책을 찾아주는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전북 남원시도 도시민의 다양한 고충을 일대일 상담을 통해 해결해주는 전문 상담사를 배치하고 원주민과 화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귀농·귀촌인이 침·뜸, 죽공예, 제과제빵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주민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이웃사촌이 되는 길을 터주기도 한다.

농사짓는 기술만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난로 만들기, 용접, 제과제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배울 기회도 마련해준다. 지역 특색에 맞는 축제를 열어 원주민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곳도 있다.

◇ 존립기반 지키고 농촌 활력 불어넣기 위한 몸부림

자치단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귀농·귀촌인 유치가 흔들리는 지역의 존립기반을 지킬 몇 안 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이 이에 비례해 감소하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진다. 이는 다시 각종 복지사업과 기반시설비 감소로 이어지고 존립기반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

날로 고령화하며 피폐해지는 농촌에 활력을 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장점도 크다. 전북 순창군이 지난 한해 유치한 도시민은 290가구에 616명이다. 600여명 유입의 효과는 생각보다 커, 인구 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농촌의 과소화마을(농촌 공동화 현상으로 전체 가구 수가 20호 미만인 마을)이 하나둘 되살아났고, 폐교로 내몰리던 학교들도 살길을 찾게 됐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면 단위에 젊은이들 30~40명만 유입돼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농촌 자치단체로써는 도시민 유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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