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의 휘뚜루마뚜루] 연탄은 아무리 닦아도 연탄일 뿐

입력 2016-12-14 10:46수정 2016-12-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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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본격적으로 용꿈을 꾼 건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2007년부터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라는 두 거대한 주자에 가로막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 손 전 지사를 두고 정치권에선 탈당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그러자 손 전 지사는 “손학규의 입을 보지 말고 살아온 길을 보라”며 일축했다. 그는 “내가 지금껏 한나라당을 지켜왔으며 한나라당의 기둥이자 주인, 미래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1992년 민자당을 시작으로 한나라당에서만 국회의원 3번을 했고, 신한국당 대변인, 문민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까지 지냈다. 누가 봐도 뼛속까지 한나라당 사람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기 위해 불쏘시개가 될 수 있고, 치어리더가 될 수도 있다”면서 탈당을 결행했다. 한나라당에는 온갖 비난을 퍼부어 놓고, 자신의 탈당에 대해선 “나를 버리고 죽겠다는 심정으로 새로운 정치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 거기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는 각오”라고 포장했다. 말 바꾸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선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로 피해갔다. 심지어 야당이던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까지 그의 행동을 비난했을 정도다.

그때 김무성 의원은 “남들은 공천 한 번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당으로부터 5번의 공천을 받은 최고의 수혜자가 당을, 동지를 매도하고 탈당하는 모습은 평생 쌓아올린 공든 탑을 일거에 허물어뜨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그는 “이인제 의원으로 끝난 줄 알았던 불복이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던 손 전 지사가 10년 만에 재현을 했다”고 핏대를 세웠다.

그리고 9년이 흐른 지금 김 의원은 비박계 좌장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서 탈당 명분을 찾고 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손 전 지사의 탈당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그가 이제는 박 대통령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친박 지도부를 ‘박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로 몰아붙인다. 그는 “정치를 봉건시대의 주군에 대한 신의 문제로 접근하는 가짜 보수에게 보수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 18대 총선 공천에 탈락했을 때 친박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박 대통령의 이름과 사진을 걸고 당선된 기억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다.

새누리당 재산을 놓고는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 재벌을 등쳐서 형성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 또한 새누리당에서 6선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어차피 탈당하면 못 먹을 감 터뜨려 보자는 심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본인이 당대표 때 헌납했어야 했다.

김 의원은 이렇게라도 검은 때가 좀 빠지길 바라며 살길을 찾을 모양이다. 이미 때가 좀 빠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 본인만 모르지 아직도 검다는 걸 남들은 다 안다. 연탄은 아무리 닦아도 연탄일 뿐 절대 하얗게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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