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기의 인간경영] 인간은 왜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입력 2016-12-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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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이 시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죄악이 만연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배층 부패가 눈에 띈다. 부패가 국정 전체를 더럽히고 탐욕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지배층이 이러하니 그 하위층은 어떠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가 말해주는 마피아 그물망에 얽힌 혼탁한 한국사회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그간 세계 최고 빈곤국가에서 산업화에 성공해 10위 안팎의 경제대국을 이룬 나라, 외세의 침략과 식민통치 그리고 독재 군사정치를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세운 나라로 추앙받아왔다.

13세기 영국을 비롯한 유럽 사회의 역사상 가장 절망적인 시대상을 생생하게 표현한 로저 베이컨(Roger Bacon)의 글을 보면 인류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베이컨의 글이다.

“종교계가 하나같이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나 얼마나 타락했는가를 보라. 새로운 (수도원의) 성직자들도 처음에 갖고 있었던 존엄성이 몹시 손상된 상태다. 모든 성직자가 자만심, 음란함 그리고 탐욕에 사로잡혀 있다. 파리에서도 옥스퍼드에서도, 성직자들이 벌이는 싸움과 말다툼을 비롯한 온갖 악행 때문에 평신도들은 분노하고 있다. 욕심을 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어떻게 하든 가리지 않는 데 무관심하고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적부패가 궁정 전체를 더럽히고 탐욕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고위 성직자들도 돈을 긁어모으는 데 눈이 어두워 영혼의 구원은 소홀히 하고 관심도 없었던 셈이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여섯 번째 열린 시민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함성들이 말해주고 있는 한국의 국가적 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세계 민주화 역사에 뚜렷하게 기록될 이번 촛불시민(국민) 시위는 바로 이순신 장군이 앞에서 지키고 세종대왕 동상이 내려다보는 광장에서 질서정연하게 무혈혁명을 연출했다.

이는 변혁을 요구하는 함성이다. 무서운 대통령, 나쁜 대통령, 무능한 대통령, 부패한 대통령을 몰아내고, 한국의 잘못된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함성이다. 전광판이 알려준 150만 명의 촛불시민이 광화문광장을 찬란하게 비췄다. 밤하늘처럼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한국 정치사회가 국민의 힘으로 상징되는 시민촛불로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만난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에게 정치지도력에 환멸하고 있는 촛불시민혁명의 국민들에게 호소의 글을 써서 매스컴을 통해 밝힐 것을 당부하고 동의를 얻기까지 했다. 모 신문 대기자께는 책임 있는 언론의 영향력 있는 기자로서 공감하는 국민의 이름으로 정신 차리지 못하는 이 나라의 정치인들에게 시대적, 국가적 사명의 각성을 촉구하는 강력한 호소문을 쓸 것을 긴 시간의 전화로 약속받기도 했다. 한국정치에 이렇게 열을 올려 소리를 내보기는 처음이다. 80대의 나이에 이르러 뒤늦게 말이다.

이 원고를 쓰고 있는 곳은 중국 장쑤성에 있는 한 호텔이다. 9일 상하이에 도착해 초청해준 두친웨이 강도건설 집단 부총재와 고속도로를 몇 시간 동안 달리던 중 한국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 결과를 들었다. 두친웨이 부총재는 한중관계가 다시 좋아질 것이란 예감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밝게 웃었다.

두친웨이 부총재로부터 한중, 중미, 중일, 중북, 중러 등 조금은 의외로 중국인의 민낯이 드러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또 10억 원의 돈을 일본으로부터 받고 일본의 위안부 문제를 결말 짓는 한국 정부의 자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자기 생각엔 분명하게 국제적으로 일본이 아닌 외부의 압력이 있어서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다며, “그 배후 세력이 미국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북한의 핵 문제 제재에 있어서도 산유국으로 막강했던 이라크를 제거했던 미국이 세계 최고의 국력을 갖고 어떻게 지금까지 미뤄두고 있는지도 물었다. 아울러 그 책임을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와 비협조로 추궁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것은 결국 북한 카드를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열을 내면서 이야기했다.

한국이 스위스처럼 영세 중립국가로서 국가적 의지를 분명하게 하고 남북통일의 협력을 요청한다면 중국은 쾌히 협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니 미국, 일본 편도의 의존에서 벗어나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 등 4강 국가들과 균형 있는 안보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역설했다.

한국과 중국이 지금과 같이 불편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의 숨은 아시아 지배 정책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을 꼬집은 셈이다.

한편 이젠 업무가 정지된 청와대의 고독한 주인공 박근혜 대통령이 떠올랐다. 대통령이라는 국가지도자로서의 명분과 지위 그리고 권위를 완전히 상실한 채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최순실게이트의 대통령’으로 벌거벗은 왕처럼 추한 모습으로 떨고 있는 박 대통령의 참담한 표정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추구하는 행복은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고 그 자리에 불행이 들어와서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일어난 처절한 현실을 보며 미국의 자연주의 대시인이자 작가인 휘트먼의 시가 떠올랐다. 그의 시 ‘내 자신의 노래’ 일부를 적어본다

“한 마리 짐승이 되어 그들과 함께 살고 싶다.

저렇게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삶이 있는 것을

나는 선 채로 짐승들을 오래오래 바라본다.

그들은 그들의 처지 때문에 땀흘려 일하거나 투덜대지 않는다.

그들은 한밤에 잠 못 이루며 그들이 지은 죄 때문에 울지 않는다.

그들은 신에 대한 의무를 논하면서 나를 구역질나게 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 불만인 놈이 없고,

어느 하나 소유욕에 미친놈이 없다.

어느 하나 딴놈에게 무릎 꿇지 않으며 천년 전 조상에게도 절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 점잔을 빼거나 원한을 품은 놈이 없다”

그렇다. 인간을 짐승과 비교할 때 무엇이 우월하단 말인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왜 그렇게 소중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불행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성서를 빌려 말하면 ‘나(하나님) 외에는 우상을 만들지 말고 섬기지도 말라’고 한다. 여기서 인간의 행복을 앗아가고 불행하게 하는 금지적 우상은 권력, 돈, 명예, 유행, 쾌락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온 국민을 불행에 빠뜨린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권력, 돈, 명예, 유행, 쾌락 어느 것 하나 원인이 아닌 것이 없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들 모두는 인간의 삶을 맛나게 해주는 것들이다. 그러나 인간을 참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있다. 진리, 자유, 평등, 사랑 등과 같은 가치관이다. 휘트먼이 노래하고 있는, 짐승들이 누리는 자연스러운 행복한 삶이 부럽다. 짐승들은 권력, 돈, 명예, 유행, 쾌락과 같은 우상들을 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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