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전경련] 벼랑 끝 생존해법 고심… 美 ‘헤리티지재단’ 방안 거론

입력 2016-12-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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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정기총회 쇄신안 발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다음 날인 7일, 전경련은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승철 부회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본부장급 이상 임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제안한 대로 전경련을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유지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구 회장께서 언급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며 “헤리티지재단은 하나의 후보이며, 헤리티지재단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헤리티지재단은 1973년 에드윈 퓰너 박사 등이 창설한 연구기관이다. 출범 초기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1980년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보수주의의 핵심 싱크탱크로 자리 잡았다. 레이건 이후에도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정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007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은 마이클 뮤케이지 법무장관 후보를 지지하는 헤리티지재단을 방문한 뒤, 그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는 오바마케어, 최저임금 인상 등 주요 정책에 대해 정부와 반대편에 서며 다소 영향력이 줄어들었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헤리티지재단이 다시 미국의 핵심 싱크탱크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이 헤리티지재단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1년 전경련의 국회 로비 문건이 발각되자, 당시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전경련을 해체하고 헤리티지재단처럼 자본주의 철학과 정신을 전파하는 단체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헤리티지 모델 연구를 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진전은 없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헤리티지재단처럼 변모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은 매년 후원 금액과 사용 내용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발표하지만, 전경련은 액수가 공개되지 않는 기업들의 후원금을 통해 운영과 활동비를 운영하고 있다. 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발표하는 ‘세계 싱크탱크 보고서’에는 헤리티지재단이 매년 상위권에 오르는 반면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6000여 곳에 달하는 조사 대상에도 들지 못한 게 현실이다.

회원사들의 이탈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변화가 불가피한 전경련은 내년 2월 정기총회 전후로 쇄신안에 대한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총회가 2월 예정되어 있지만, 의견수렴이 빨라지면 더 빨라질 수도 있고, 반대로 더 늦게 발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표 시점보다는 회원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전경련이 다시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는 데 신경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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