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일류 국민, 삼류 정치, 사류 대통령

입력 2016-12-06 10:43수정 2016-12-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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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여느 해 이맘때면 거리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고 캐럴이 울려 퍼져야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촛불 든 국민이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소리만 들린다.

국민은 속속 드러나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국민은 “이게 나라냐?” 라며 절망감을 토로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3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 했지만, 거짓 변명과 진정성 없는 태도에 촛불 집회 참가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1차 집회 당시 2만여 명에 불과했던 촛불은 40일이 지난 6차 집회에서는 232만 명의 거대한 횃불로 변했다.

전국 촛불 집회장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부터,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 중·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노인들까지 한목소리로 대통령 퇴진을 외친다. 4년 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상당수 국민도 배신감을 금치 못한다.

이처럼 국민의 분노가 격한 것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최순실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이었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정유라의 대학 부정입학, 대기업 임원 선임과 광고 몰아주기, 박태환 선수 올림픽 포기 압력 등 최순실과 주변 인물들의 전횡은 우리 사회 곳곳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특히 차움병원 미용 시술과 청와대 의문의 의약품 구입 등 낯부끄러운 일도 드러났다. 앞으로 특검 등을 통해 밝혀질 ‘세월호 7시간’의 의혹도 국민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또 하나의 역사적 수치로 기록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되짚어 봐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 조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최순실 국정 농단 중심에는 박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 최태민과 최순실로 이어진 40년 인연의 신뢰를 공사 구분 못 하고 의지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가장 큰 문제였다. 권력에 빌붙어 대통령의 위법 행위에 눈감은 부역자들도 공범이다.

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도 광의의 공범이다. 200만 촛불 민심이 엄중함에도 국민을 폄하하며 대통령을 감싸는 친박은 물론,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비박 모두 실망스럽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도 어느 누구 하나 국민 앞에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정당인가 싶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도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대선 셈법만 생각했지, 민심을 헤아리고 국정 혼란을 타개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 하는 야권 지도부와 대권에만 눈이 먼 잠룡의 행보는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삼류 정치’, ‘사류 대통령’ 때문에 국민이 고통받고 있지만,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국민 의식은 해외 언론이 놀랄 만큼 성숙했다.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는 “부끄러운 나라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 며 촛불 민심의 진의를 알렸고, 정유라의 대학 부정 입학에 분노한 고등학생은 쓰레기 청소 자원봉사를 하며 “학생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가 과격한 행동을 할까 싶으면 “무폭력 시위”를 외쳤고, 할머니 집회 참가자는 손자 같은 의경들을 포옹해 주며 음료를 건네는 훈훈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의 국정 혼란을 빨리 마무리 짓고 다시 뛸 수 있도록 국론을 결집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가 최순실 사태로 오랜 시간을 허비할 틈이 없다. 대내외적 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다. 자칫 국정 혼란 장기화로 시장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한다면 또 다시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촛불 집회에서 보여 준 우리 국민의 성숙한 모습과 저력이라면 우리는 충분히 이번 사태를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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