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는 베네수엘라 통화 가치가 날개없이 추락하면서 내년 인플레이션율이 1660%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11월 한 달 동안 볼리바르 가치는 55% 폭락했다고 29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지난 1일에는 달러당 1567볼리바르였는데, 28일에는 달러당 3480볼리바르까지 떨어졌다. 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물가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율이 1660%라고 발표했다.
카라카스 캐피털 마켓의 러스 댈런 매니저는 “베네수엘라 화폐는 화장실에서나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만에 가치가 50%씩 폭락하는 화폐는 아무도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록적인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초한 면이 있다. 지난 여름 시중에 볼리바르를 100% 더 풀었다. 사람들이 식품을 사기도 힘들어 할 만큼 현금이 충분히 돌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볼리바르 가치는 급격히 폭락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11월 중순 볼리바르 양은 1년 전보다 130% 증가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원유 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원유 수출로 얻는 이익이 전체 수출 이익의 95%를 차지한다. 그런데 저유가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상황은 회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2년 안에 베네수엘라가 디폴트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현지에서 식료품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통업체들은 가격 조절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 식료품 판매를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판매를 해봤자 손해 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현지 슈퍼마켓 선반에는 식재료들이 있지만 이것들을 살 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CNN머니는 보도했다.
10월 말 베네수엘라는 최저임금을 40% 올리며 서민들 손에 현금이 쥐어지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의미가 없어질 만큼 물가는 치솟고, 국민의 생활고는 계속되고 있다. 노무라홀딩스의 시오반 모던 라틴 아메리카 전문가는 “1달러에 1000볼리바르였던 게 2000, 3000으로 순식간에 오르다니 이 화폐는 완전히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