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28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여당 비주류 의원들에게도 회람하기로 했다. 야권은 당초 내달 2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여당 비주류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하면서 9일 탄핵안 처리 가능성을 열어뒀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의’ 전날 회의에서 9일 표결 의견이 다수였던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결에 필요한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되는 대로 가장 이른 시간에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탄핵안에 대한 완성도 높은 준비와 가결 정족수 확보가 준비됐다고 판단되면 다음 달 2일이라도 바로 의사일정 진행하겠으며,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9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야3당 간 협의로 탄핵안 단일안이 만들어지면 비박계에도 회람시키고, 그쪽의 의견을 들어 최종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새누리당 비박계가 원하지 않는 내용이 탄핵안에 있으면, 그들이 찬성하기 어렵다”며 “이런 것도 탄핵일정 결정에 연동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는 2일을 적기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야3당 및 비박계 일부 의원들과 논의를 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 시기의 주도권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비박이 가지고 있는데, 비박이 9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조정을 해봐야 한다”며 “오늘 야3당 대표 회담 가져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 대변인 격인 새누리 황영철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으로서는 설령 개헌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2일이든 9일이든 야당이 진행하고 있는 탄핵 일정을 거부하거나 연장하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새누리 비주류 의원들의 숫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새누리당 측에서 어제 저에게 60여 명의 의원들이 탄핵안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는 “일반적으로 탄핵 의사가 꽤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일 수 있지만, 탄핵안을 보고 이 정도면 찬성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60명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한 우 원내대표와 달리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새누리 의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영주 최고위원은 “골박(골수친박)에 사활 걸린 것은 탄핵안 부결로, 새누리당에선 이를 위해 조폭 집단에서만 나올법한 협박과 회유가 나올 것”이라며 “정당과 정파를 떠나 양식있는 정치인이라면 제 살길 찾기에 눈먼 골박과 침몰하는 길보다는 대통령 탄핵에 동참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심기준 최고위원은 “200만 촛불의 준엄하나 명령 앞에 거역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직접적인 공범자들로, 또 다른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박 원내대표는 “한 사람의 의원이라도 더 많이 찬성해서 압도적으로 가결되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이지, 부역자 어쩌고 하는 것은 비생산적인 일”이라며 사실상 추 대표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