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 선호하는 신세대 겨냥
타국에서 새로운 음식을 처음 맛보았을 때 우리는 음식과 함께 그 속에 배어있는 새로운 문화, 시간, 역사를 함께 느끼게 된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는 저서 '미래를 경영하라'에서 "이젠 경영에서 상품과 서비스라는 단어를 완전히 없애고 대신 경험이나 꿈이라는 단어로 바꿔라"고 말했다. 이는 요즘 사람들이 물건을 사들이고 돈을 지불할 때 눈에 보이는 상품 이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가격도 함께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외국음식점에 가는 이유는 음식 이외에 그 나라의 분위기 즉 문화를 보고, 듣고,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 일본 유명라면집 조리법 그대로 재현
지난 1990년대 이후로 성행하고 있는 일본식 외식업은 돈가스, 우동 전문점 등을 중심으로 빠른 발전을 이뤄왔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돈가스와 우동은 더 이상 타국음식으로 생각되지 않을 만큼 우리에겐 친숙한 메뉴이다.
돈가스와 우동에 이어 '라멘'으로 불리는 일본식 라면 전문점이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돈가스와 우동의 뒤를 잇고 있다.
일본 라면은 생면과 닭·돼지뼈를 우린 육수가 특징이지만,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멘은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퓨전화된 것이 대부분이어서 일본 현지의 맛을 그대로 느끼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 일본 라면전문점 '하꼬야'는 일본의 유명 라면집 45곳의 조리법과 재료를 그래도 재현해내고 있다.
'하꼬야'의 전재원 대표는 일본 각 지역의 유명한 라면집의 맛을 직접 체험, 일본의 유명 라면집 45곳의 조리법과 재료를 그대로 재현한 ‘쿠와나’ 사(社)로부터 직수입한 라면을 판매한다.
12가지 이상의 메뉴 중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쿠와나, 텐텐유, 아오바, 토라 등이다.
쿠와나는 '미소(일본식 된장) 라면'으로도 불리며 천연 된장으로 순하고 독특한 맛을 낸다. 텐텐유는 닭으로 진한 육수를 내 깊은 국물맛이 돋보인다.
아오바라면은 돼지뼈와 다시마, 가다랭이 등을 삶아서 건조시킨 것으로 야채와 조화를 이뤄 깔끔한 맛을 낸다.
맛 뿐 아니라 분위기에서도 현지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하꼬야는 일본 정통 젠(zen)스타일로 꾸몄으며, 목재로 마감을 하고 고급스러운 다크브라운의 테이블을 배치했다.
이외에도 매장 곳곳의 문양, 글씨, 색, 디자인 등이 일본문화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 동남아 토속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베트남 쌀국수는 라멘과 함께 최근 대중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면 요리이다.
쌀국수에 대한 관심은 베트남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
몇 년전 ‘하노이’와 ‘하롱베이’ 등 베트남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베트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쌀국수의 담백한 맛과 낮은 칼로리가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신세대의 대표 외식메뉴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호아센'은 미국 캘리포니아 베트남 쌀국수 요리법을 사용하고 있다. 향이 짙은 '실란트로' 등의 베트남식 향초 사용을 최소화하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청양고추 등을 첨가해 얼큰한 맛을 더했다.
호아센의 조헌식 과장은 "과거엔 쌀국수에 거부감을 느끼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외식업계의 하나의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며 "동종브랜드와 맛의 차별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쌀국수 전문점도 인테리어로 요리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호아센은 중국과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의 이미지를 형상화시켜, 동양의 깊은 역사를 나타내는 골드계열을 주고 사용하고 서양의 모던함을 적당히 활용했다.
벽면에는 베트남의 현지 모습을 담아 에스닉 푸드의 전통성을 나타냈으며 베트남의 국화인 연꽃을 브랜드 로고에 접목해 상징성을 돋보이게 한 것도 특징이다.
<사진설명>
최근 외국 음식 전문점들이 맛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 전도사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라면 전문점 중 가장 일본스러운 맛과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는 '하코야'의 내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