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균의 B하인드]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묶인 한국경제

입력 2016-11-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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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한국 경제가 풀기 어려운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에 더욱 옥죄이고 있다. 기원전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우스가 제우스신에게 바칠 마차를 신전 기둥에 묶었던, 복잡하게 얽힌 매듭처럼 말이다. 신화에서는 프리기아를 지나가던 알렉산더 대왕의 단칼에 잘려 나가기 전까지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300여 년이나 신전 기둥에 묶여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9월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더딘 규제개혁을 질타하며 인용한 구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꼬일 대로 꼬인 한국 경제의 고르디우스 매듭을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벨 수 있는 시기도 지났다. 눈에 보이는 고르디우스의 두꺼운 매듭만 여러 겹이다. 당장 각종 경제지표가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최근까지 정부가 발표한 한국 경제의 3대 핵심 경제지표를 보면 생산은 줄고, 소비는 얼어붙고, 수출은 연속 마이너스의 늪에 빠졌다.

통계청이 집계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8% 줄어 지난 4월(-0.7%) 이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 1월(-1.4%) 이후 최대 폭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4%로 사상 최저 수준이고, 기업 설비투자는 2.1% 줄었다. 9월 소비 역시 4.5% 급감하면서 2011년 2월(-5.5%)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10월 수출도 3.2% 줄어 전월(-5.9%)에 이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1300조 원에 근접한 가계부채는 시한폭탄과 같이 다급하게 흐르고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대외적으로도 감싸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표방한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가 내년 1월 20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대응책 마련이 겉돌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안일하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낙관하면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드러낼 보호무역주의 색깔 등 자국 우선주의를 노골화할 가능성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비롯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에서 한국 정부에 가할 압박 요인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부가 내놓을 묘책은 묘연하다.

더 큰 우려를 낳는 것은 이 같은 악재를 타개할 경제 컨트롤타워의 부재다. 청와대가 이달 초 경제팀 수장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사실상 경질하고 임종룡 금융위원장 카드를 꺼냈지만, 오히려 상황만 더 꼬이게 만들었다.

임 내정자의 임명이 얽히면서 기재부는 다시 유일호 부총리 체제로 돌아갔지만, 한 번 상처 난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 유 부총리를 대신해 경제 현안을 챙겼던 최상목 기재부 1차관까지 최순실 게이트에 휘감기면서 그나마 겨우 지탱하던 경제 컨트롤타워의 붕괴 목소리도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경제 컨트롤타워의 공백 상태는 더 지속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지금이라도 당장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경제부총리만이라도 세워 겹겹이 감싼 한국 경제의 고르디우스 매듭 풀기에 나서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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