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이야기] 색변환 잉크·숨어있는 신사임당… 지폐에 담긴 첨단과학 ‘위조방지 장치’

입력 2016-11-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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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위조지폐 사건은 광복 직후인 1946년 공산당의 조선정판사(朝鮮精版社) 사건이다.

이는 남조선 노동당이 일제가 사용하다가 남겨둔 지폐 원판을 이용해 거액의 위조지폐를 발행해 당의 활동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남한의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려던 계획이었다.

북한은 지금도 위조지폐 발행에 혈안이 돼 있다.

북한은 1980년대 이후 경제난이 가중되자 외화난 타개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각종 외화벌이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약, 위조지폐, 무기거래 등을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이 중에서도 초정밀 100달러 위폐인 슈퍼노트(Super Note)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산된 위조 달러는 해외 공관마다 수백만에서 수천만 달러씩 배분돼 진짜 화폐로 바꿔치기를 하는 작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화폐의 위조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주 오래 전부터 다양한 대응책들이 마련·활용돼 왔다.

예를 들면, 중세 중국에서는 뛰어난 위폐범을 조폐기관 직원으로 특채했다고 한다. 그리고 12세기 영국의 헨리 1세는 화폐 위조 혐의가 있는 조폐기관 직원 100여명의 손목을 자르기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오늘날 모든 국가의 형법 등에는 화폐의 위조행위를 중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에서도 대한민국의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207조 1항).

아울러 각국 중앙은행 및 조폐기관은 위조지폐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화폐에 일반인이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다양한 첨단 위조방지 장치를 해놓고 있고, 자동현금입출금기 등의 현금 취급기계들은 위조지폐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각종 기계 감응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화폐들에는 여러 종류의 위조방지 장치가 들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통용되는 4종의 지폐에는 홀로그램, 미세문자, 은선, 색변환 잉크, 요판잠상, 볼록 인쇄, 형광색사 등 첨단기술이 결집된 20여 종의 위·변조 방지장치가 적용돼 있다.

우선 일반인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용지 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숨어 있는 그림과 부분 노출 은선이 있다. 이는 복사물에는 나타나지 않거나 그대로 재현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서도 쉽게 위조지폐를 가려낼 수 있다.

또 색변환 잉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도록 돼 있는데, 1만 원과 5000원 권은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1000원 권은 녹색에서 청색으로 바뀌도록 제작됐다.

그리고 지폐의 앞면 중앙 밑 부분에는 ‘요판잠상’이 인쇄돼 눈 위치에서 비스듬히 보면 ‘WON’이 나타나지만 복사하면 이를 볼 수 없다.

아울러 앞·뒷면 맞춤 문양은 한쪽 면만 봐서는 태극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문양을 분리하는 기술로, 불빛에 비춰봐야만 태극 문양이 나타난다.

이와 함께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변하거나 색상이 변하는 시변각 장치(홀로그램·hologram)가 2006년 새 5000원 권부터 적용됐다. 즉, 보는 각도에 따라 한반도 지도, 액면숫자, 태극 및 국기의 4괘가 나타난다. 또 이 홀로그램을 만들어 붙이는 것을 막으려고 홀로그램 위에 요판인쇄를 추가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위조방지 장치가 마련되고 위조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적 규제가 이루어지더라도 화폐 위조행위는 끊이지 않고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화폐 위조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가 평소에 관심을 갖고 감시자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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