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 소액주주 눈치에 ‘울며 겨자 먹기식’도
최근 기업들이 자사주 취득을 통한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하락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봐가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FN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11월 들어 21일 현재까지 97개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했다. 지난달에는 총 63개 기업이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는 점에 비춰보면 벌써 이를 뛰어넘어선 수준이다. 코스닥시장이 10월 101개 기업에서 11월 21일 현재 97개 기업으로 거의 유사한 수준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들이 자사주 취득에 나선 이유는 주가 부양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는 저가매수 기회와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되기도 한다.
21일 네오위즈홀딩스가 15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하면서 장중 4% 가까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최근 들어 동운아나텍, ISC, 디오, 메디톡스 등이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에 이르는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자사주 취득과 관련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주가 하락에 대한 항의가 많다”며 “소액주주와 문제가 생기기 전에 먼저 자사주 취득 등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회사에 경영사항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면서 “일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자사주 취득을 통한 주가 방어가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최근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선재는 지난달 말 자사주 신탁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삼성증권과 맺은 26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중 5억 원 규모를 해지키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오스템임플란트, 동운아나텍, 파인텍 등도 주가 하락에도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모두 해지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취득이 무조건적인 주가 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일시적으로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아 보이게 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며 “현재 대외적인 정치적 변수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는 만큼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