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전인지가 만들어 낸 짜릿한 반전의 재미

입력 2016-11-21 10:36수정 2016-11-2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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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만에 루키가 기록한 신인상-베어트로피상 2관왕

▲베어트로피를 수상한 전인지. 사진=LPGA
신(神)은 종종 심술을 부린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그 상대방을 좋아 죽을 지경이다. 다만, 상대방 앞에서 드러내 놓고 웃을 수 없기에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비단 아마추어 골퍼뿐만이 아니다. 조그만 내기라도 해보라. 라이벌이 OB(아웃 오브 바운스)를 내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것이다.

아마도 프로골퍼는 더할 터.

2016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종전 CME그룹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일이 그랬다.

세계골프랭킹 1위 리디아 고(19·캘러웨이)-2위 예리야 쭈타누깐(21·태국)-3위 전인지(22·하이트진로).

순위에 따라 타이틀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리디아 고는 양쪽으로 걸렸다.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CME글로브 포인는 쭈타누깐과, 평균타수는 전인지와 ‘박빙차’였다.

▲전인지. 사진=LPGA 홈페이지 캡처
▲리디아 고
▲에리야 쭈타누깐
리디아 고가 우승하면 모든 것을 그가 독식. 그러나 순위에서 밀리면 쭈타누깐에게 빼앗긴다.

리디아 고가 2라운드에서 무려 10언더파 62타를 치며 첫날 부진의 반전에 성공했다. 그런데 어인 일인가. 3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쳤다. 그러더니 마지막 날 이븐파로 스코어를 줄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쭈타누깐은 3라운드에서 치고 올라갔다. 7언더파 65타를 때렸다. 순위를 바꿔놨다. 전인지도 질세라 4타나 줄였다.

이 대회 전까지 전인지는 평균 69.632타, 리디아 고는 69.611타. 0.021타 차이였다.

그런데 대회 4라운드를 마치자 전인지는 69.573타, 리디아 고는 69.596타로 0.0013타 차이로 끝났다.

루키가 베어트로피 상을 받은 것은 1978년 미국여자의 골프전설 낸시 로페즈(59·미국)이후 두번째 선수가 됐다. 로페즈는 시즌 9승에 베어트로피, 올해의 선수상까지 휩쓸었다.

그런데 전인지의 반전이 팬들을 기분 좋게 한다. 대회 최종일. 3일 동안 버디를 잡았던 17번홀(파5)에서 리디아 고는 보기를 범했다. 리디아 고의 운이 다한 것일까.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전인지는 까다로운 18번홀(파4)에서 3m 버디를 성공시키며 리디아 고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전반에는 전인지가 버디 1개, 보기와 더블보기를 1개씩 기록했다. 리디아 고는 버디없이 보기와 더블보기를 1개씩 범했다.

후반들어 전인지는 16, 17, 18버홀에서 3개홀 연속 버디를 골라내며 버디만 4개, 반면 리디아 고는 버디 4개, 보기를 범했다.

쭈타누깐이이 막판 스퍼트를 올리면 공동 4위에 올라 255만0928달러를 벌어들여 리디아 고(249만2994달러)를 제치고 상금왕에 올랐다.

보너스 1000만 달러가 걸린 CME글로브 포인트에서도 쭈타누깐이 4626점를 획득하며 리디아 고(4440점)를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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