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과 개별 면담한 것으로 알려진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15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16일 오전에 귀가했다. 신 회장을 끝으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한 기업 총수 줄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전날 오후 2시부터 이날 오전 5시30분께까지 신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신 회장은 조사를 마치고,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서둘러 청사를 빠져 나갔다.
검찰은 신 회장을 상대로 지난 2월 박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과 함께 재단 출연금을 내게 된 경위를 추궁했다. 검찰은 이 면담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 특히 재단 설립 이후 이뤄진 면담에서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출연금 요구나 롯데 측의 민원성 사안 언급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롯데는 두 재단에 각각 28억 원, 17억 원을 후원했다. 올해 5월에는 K스포츠 요청으로 70억 원의 추가 출연금을 냈다가 본사 압수수색 직전에 돌려받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신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15일은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그룹 총수들의 첫 재판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준비기일에 출석의무가 없는 신 회장은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는 자신의 재판에 참석하는 대신 또 다른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신 회장은 20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달 19일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