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크’ 韓, 내년 경제성장률 3%도 위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보호무역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정부의 내년 3%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중 무역은 지난해 84.8%를 차지했다. 대(對) 미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13.3%로 중국 다음으로 컸다.

2011년 562억 달러 규모였던 대미 수출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698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수출 실적이 둔화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는 우리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당선이 우리 경제에 당면한 위기 요인이라는 인식이지만, 이를 활용해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중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해 “여론조사나 시장예상과 달리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실물 측면에서도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하드 브렉시트, 중국의 수출 둔화 우려 등과 결합돼 세계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 부총리는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갖고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리스크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교역 및 투자 확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 하향조정 여부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전망을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지금은 하방 위험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최 차관은 “(내년은) 올해보다 미 대선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수출은 작년과 올해 고생했으니 내년에는 여건이 나아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수입하는 부분도 어느 정도는 올해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전망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트럼프가 한·미 FTA 전면 재협상에 들어가 협정을 정지시길 경우 향후 5년간 한국의 수출 손실이 269억 달러(약 31조 원)에 이르고 일자리 24만 개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기재부는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확대 공약이 정책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차관은 “글로벌 경제 중 미국이 제일 성장 여력이 있는 곳인데, 전체 흐름에 있어 투자나 산업 흐름을 더 적극적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중국 성장에 따라 혜택을 받았는데, 중국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경제 여건이 괜찮은 미국이 성장이나 투자와 관련해 의지를 밝히는 과정”이라며 “우리 기업이 미국 사이클에 따라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 따라 전략을 새로 짜야 할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트럼프 측과의 직접적인 소통채널이 없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치외교 분야에 이렇다 할 연결책이 부재인 상황에서 협력 강화가 절실한 경제 분야에서도 불통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 차관은 “트럼프의 경우 공약을 초반에 얘기하다가 (나중에) 안 하는 게 있고, 중간에 바뀌는 것도 있다. 취임하고 나서도 달라지고 있다”며 “공약이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레토릭, 캐치프레이즈였던 게 많아 정책 수립하는 과정에서 많이 다를 수 있다. 나름대로 소통 채널도 있고, 그런 것을 감안해서 (경제정책 대응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와의 소통채널이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소통채널이 있다고 단언한 건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재부나 정부부처 내 트럼프 측과의 직접적인 소통채널이 아직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주미대사관 등을 통해 공화당 대선캠프 등 트럼프 진영과의 접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