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용인(用人)은커녕 용인(傭人)이었다니…

입력 2016-11-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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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상종의 법칙: 같은 깃털을 가진 새끼리 모인다. A급 리더에 A급 추종자, C급 리더에 C급 추종자가 모인다.

춘추오패의 선두주자인 제환공은 술과 사냥, 여자를 좋아했다. 어느 날, 그는 스승처럼 모시는 신하 관중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과인이 불행하게도 사냥과 여자를 좋아하는데, 이것이 패업을 이루는 데 해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관중은 리더가 피해야 할 4가지 폐해를 이렇게 지적한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인재를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것, 쓰면서도 중용하지 않는 것, 막상 중용은 하면서도 소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그것이다.

지인(知人), 용인(用人), 중용(重用), 소인을 멀리하는 것(遠小人)이 급하고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리더가 아무리 월화수목금금 24시간 부지런하게 일해도 이 4가지를 하지 못한다면 리더의 지혜를 발휘할 수 없고, 리더가 좀 해이하더라도, 이 4가지를 잘해낸다면 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리더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업무는 인재를 중용하는 것이다.

‘자치통감’에는 그 어려움이 구체적으로 이렇게 기록돼 있다. “비방이나 찬사를 듣고 선택하면 선인과 악인이 뒤섞이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업적만 보면 기교나 눈속임이 있게 마련입니다. 근본은 지극히 공명하고 지극히 밝은 데 있을 따름입니다. 위가 공명하고 밝으면 아랫사람의 유·무능이 환하게 드러나 도망하거나 숨을 곳이 없게 됩니다.”

훌륭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지표는 일을 하는 실력도, 부지런한 근면함도 아니다. 사람을 잘 등용, 중용하는 데 달렸다. 리더의 가장 큰 지혜는 현명한 인재를 알아보는 것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유유상종이란 ‘동물의 왕국’ 법칙이 리더의 용인술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새는 같은 깃털을 가진 것끼리 모이고, 짐승은 같은 종류끼리 뭉치듯, 사람도 같은 수준의 사람끼리 모인다. A급 리더 밑에 A급 추종자가 모이고 C급 리더 밑에 C급 추종자가 꼬인다. 어리석은 C급 리더는 자의 반 타의 반 옥석충간(玉石忠姦)을 구분하지 못해 나라를 어지럽게 만든다.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 동서고금 막론 평판조회-자기관리-역량검증은 3가지 필수요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예부터 많은 리더들의 딜레마였다. ‘장자’의 열어구편에는 “무릇 사람의 험하기는 산천보다 더 하고, 알기는 하늘보다 더 어렵다. 하늘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과 아침 저녁의 구별이 있지만, 사람은 꾸미는 얼굴과 깊은 정이 있어 살피기 어렵다. 사람이란 두툼한 외모 속에 감정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을 알아보는 다양한 방법’이 전해 내려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올바로 쓰기 위해서는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보는 게 필수다. 나중에 배신과 망신의 사태가 벌어진 후, ‘나만 몰랐어. 아니 너마저’라고 한탄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인재를 제대로 알아볼 것인가.

강태공은 장수 선발 기준으로 팔관법(八觀法)을 제시한다.

첫째, 질문으로 상세한 지식을 살피는 것이다. 즉 문제에 대한 관점과 책략을 자문해 그 지식과 경험을 시험해 보라는 것이다. 둘째, 말로 궁지에 몰아넣어 변화를 살피는 것이다. 요즘의 압박면접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임기응변 능력을 관찰한다. 셋째,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성실함을 살핀다. 즉, 오늘날의 평판 조회다. 넷째, 명백하고 단순한 질문으로 덕성을 살핀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을 보고 지향점을 판단하는 것이다. 다섯째, 재물을 다루게 해 청렴한지 살피고, 여섯째, 여색으로 시험해 정조를 살핀다. 일곱째, 어려운 상황에 취하는 태도를 봐 용기를 살피고, 여덟째, 술에 취하게 해 태도를 살핀다. 제갈공명도 7가지 기준을 제시하는데 이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비자는 “사람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는 누가 맹인인지 가려낼 방도가 없다. 구체적인 일을 통해 시험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이나 일의 진위를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공자는 일찍이 지혜에 대해 물어보는 제자 번지에게 “사람을 아는 것이 가장 큰 지혜”라고 일러준 바 있다. 그는 구체적으로 사람을 알아보기 힘들다는 세인의 말에 명쾌하게 답한다. “시기소이, 관기소유, 찰기소안, 인언수재 인언수재(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哉, 人焉?哉)!”

주자는 “그가 행하는 바를 보아서 선을 행하면 군자이고 그러지 않으면 소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그 행동을 하게 된 바탕이 되는 마음이 선한지 아닌지까지 살펴서 행한 일이 (표면적으로) 비록 선하다고 하더라도 그 의도가 선하지 못하면 또한 군자가 아니다. 또한 그 행한 바가 선하고 의도가 선하다 하더라도 진정으로 마음으로 편안히 여기지 못하고 힘들어한다면 이것 또한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풀이한다. 행동만을 관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목적과 의도, 마음까지 3요소를 두루 관찰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인재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리더가 제대로 관찰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신하가 어떻게 속이고 위장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제나라 경공이 명재상 안영에게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비결을 묻는다. 안영은 먼저 친구를 살피며, 언행과 습관을 보되, 화려한 언행과 품행에 속지 말아야 하며,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비방만을 듣고 판단하지 말라고 충언한다. 이런 방식을 취해야 사람들은 자신의 태도나 말을 꾸며서 신임을 얻으려 애쓰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감춰가며 총애를 얻으려 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사람을 알아보는 법은 이외에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위나라 문후가 재상을 임명하려 할 때 계성자와 적황이란 인물을 놓고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답이 나오지 않아 이극에게 자문을 했다. 그러자 이극은 한 명을 지목하는 대신 5가지 기준을 일러준다.

첫째, 재야에 머물 때 편안하게 여겼던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둘째 벼슬길에 올라 존귀할 때 누굴 추천하는지 보고, 셋째 부유할 때 어떻게 베푸는지를 보고, 넷째 어려움에 처했을지라도 무엇을 하지 않는가, 즉 어떻게 처신하는지, 다섯째 가난할 때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취하지 않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관찰하면 누구를 임명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는 충언이었다.

동양뿐 아니라 서양 문화권에서도 ‘인재판별법’은 핫이슈였다. 탈무드에는 인간을 평가하는 3가지 기준이 나온다. ‘지갑을 넣는 주머니를 뜻하는 키소, 술을 마시는 술잔의 코소, 그리고 인간의 분노를 칭하는 카소’ 3가지다. 저 사람이 괜찮은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돈을 어떻게 쓰고 술버릇은 어떠한지를 봐야 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사람을 알아보는 법’의 공통사항은 당장 리더 앞의 말만 믿고 혹하지 말라는 것이다. 술, 색, 감정표출을 관찰해 자기관리를 살피며, 주위의 평판을 고루 참고해 다면평가하며, 구체적 질문과 테스트로 역량을 실제 평가해 보라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종단적으로 살피고,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횡단적으로 조사해 보라. 이를 통해 검증된 바른 인재를 등용, 중용하면 국가와 조직은 저절로 다스려진다는 게 용인술의 핵심이다.

◇용인(用人)은커녕 용인(傭人)이 된 참담한 현실

인재를 제대로 등용하면 흥하고, 인재를 잘못 쓰면 망한다. 리더가 용인(用人)을 잘해도 시원찮은데 그건 고사하고, 엉뚱한 인물의 용인(傭人·고용자)이었다는 언론보도가 우리를 참담하고 슬프게 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리더의 요건’을 꼼꼼이 따지지 않고 뽑은 우리에게도 잘못은 있다. 누구를 원망하고 탓할 것인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좋은 리더의 요건과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을 판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사전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인가. 모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등불을 들고 성찰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대비하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국민이 용인술(用人術)의 밝은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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