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뿌리 찾자’...침체된 러시아 경제, 중국인 관광객 러시에 활기

입력 2016-10-3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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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의 뿌리를 좇는 중국인들이 러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스저널(WSJ)은 러시아가 중국의 홍색 관광 열풍에 혜택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색 관광(Red tourism)’이란 2004년에 중국 정부가 만든 말로 공산주의 혁명의 성지를 여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작년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산시성 예안을 찾아가 홍색 관광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시 주석이 국가가 주도해 사회주의 뿌리가 남은 곳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중국의 관광지뿐 아니라 러시아 관광 업계도 수혜를 누리고 있다.

중국인이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러시아는 홍색 관광지로 제격이다. 러시아 여행사 러시안 디스커버리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공산주의 영감을 주는 장소가 약 20만 개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노보데비치 수도원 묘지를 찾은 중국 관광객 청 링은 “러시아 여행을 통해 레닌과 스탈린,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이 나라를 만들었는지를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묻혀 있는 1930년대 공산당 지도자였던 왕 민의 묘소를 찾았다.

청 링과 같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점점 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유로모니터가 지난 6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를 방문한 중국인은 1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또한 러시아는 중국인들이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 16위로 미국, 프랑스보다 앞섰다. 1위는 홍콩, 2위는 마카오, 3위는 태국, 4위는 한국, 5위는 일본이다.

러시아는 두 팔 벌려 유커를 환영한다. 작년 6월 러시아는 중국 관광 당국과 마오쩌둥의 고향 후난성 샤오산 홍색관광 코스를 개발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분쟁과 시리아 내전으로 서방과 대립각을 세운 탓에 경제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저유가로 석유산업도 타격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유커가 러시아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발 빠르게 움직여 재작년에는 15%, 지난해 14%로 중국 왕복 운항 횟수를 늘렸다.

관광객은 레닌의 발자국을 따라 울리야노프스크, 카잔,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등을 찾지만, 러시아가 가진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커들은 홍콩보다 저렴한 러시아 물가도 관광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서방 경제 제재로 루블화 가치라 급락한 것이 관광산업에는 호재가 된 것이다. 모스크바를 여행 중인 중국인 관광객 칭 예는 “역사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이것”이라며 화려한 쇼핑몰을 가르켰다. 또한 최근 들어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테러 위협이 급증한 것도 러시아로 발길을 틀게 한 요인이다.

중국 관광 조사협회의 울프강 아를트 팀장은 “내년은 러시아 혁명은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유커들이 러시아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묘지는 더 많은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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