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비해 변동금리 대출을 늘리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중 예금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3.27%로 전달(3.23%)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이 중 가계 대출금리는 0.08%포인트 오른 3.03%를 기록했다. 가계대출금리가 3%대로 복귀한 것은 지난 6월(3.06%) 이후 3개월 만이다.
주택담보대출은 2.80%를 기록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고, 집단대출은 2.90%로 한 달 만에 상승 반전했다. 집단대출은 지난 6월 2.94%를 기록한 뒤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인 바 있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은 48.6%로, 나머지 51.4%는 변동금리 대출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대출에는 고정금리로 시작했다가 3~5년 뒤에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이른바 ‘혼합형 대출’도 포함돼 실제 변동금리 비중은 더욱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정금리 대출은 8월 55.8%보다 7.2%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 7월 57.8%까지 올랐다가 8월 55.8%로 낮아진 데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최근 고정금리 대출이 감소하고, 변동금리 대출이 늘어난 것은 은행들의 영업전략과 관계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와 수신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대출에 있어 시중은행들이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그동안 금융당국이 제시한 고정금리 목표치를 채웠다고 보고, 변동금리 대출에 다시 눈을 돌린 것으로 관측된다. 2010년 말 0.5%에 불과했던 고정금리 대출은 2012년 말 14.2%로 올라섰고, 올해 3월 말에는 36.8%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적구조 개선을 명목으로 은행권의 올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를 40%로 설정했다.
문제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확대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부각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은행들이 여신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금리는 한동안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