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이메일 재수사 ‘일파만파’…대선 판도 변화 조짐

입력 2016-10-29 12:49수정 2016-10-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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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줄 알았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이 선거 막판 최대의 쟁점으로 다시 부각되면서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8일(현지시간) 의회 감독위 공화당 지도부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로 송수신한 이메일 중에서 기밀을 담고 있는 이메일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재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이 서신에서 “당초 이메일 수사와 무관한 것으로 분류한 이메일 중에서 수사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수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사실을 하루 전인 27일 수사팀에게서 보고 받았다고 밝혀 재수사 결정이 지체 없이 이루어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대통령 3차 토론 (남진우 뉴욕주재 기자)

이번에 새로 드러난 문제의 이메일은 클린턴 후보의 ‘수양딸’로 불리는 수행비서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 소녀와 음란 사진과 문자를 주고받은 ‘섹스팅’을 FBI와 뉴욕 경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메일은 애버딘이 주고받은 것으로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코미 국장은 서신에서 문제의 이메일이 기밀 정보를 담고 있는지 아직 모르며, 조사를 언제 마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 익명의 관계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수사대상에는 클린턴 후보가 애버딘과 주고받은 1000건이 넘는 이메일도 포함되어있다"고 보도했다.

미사법당국의 한 고위 인사는 폭스뉴스를 통해 “새로 발견된 이메일은 클린턴의 (개인)서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정부 기관이 갖고 있던 기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수사가 이루어졌던 클린턴 후보의 뉴욕 자택에 있던 사설 서버와는 별개로 다른 시스템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언급된 것이다.

FBI는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시절 극히 부주의했지만, 고의성은 없는 과실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해 불기소 권고를 했고 법무부는 이 권고를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한 바 있지만 이번 건은 그와는 별건이기 때문에 수사를 새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클린턴 후보의 승리가 사실상 굳어진 대선 판도가 급변할 수도 있는 돌발상황이다. 관련 소식이 전파되면서 지지율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대통령 후보를 주식 처럼 평가하는 ‘PredictIt’에 따르면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 주가는 77센트로 10% 하락한 반면 트럼프 후보의 주가는 26센트로 30% 이상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대선의 승부를 결정지을 경합지역의 판도도 요동치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 주가 ‘클린턴 우세’에서 ‘경합’ 이나 ‘트럼프 우세’로 바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경합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3차 대선 토론 이후 크게 벌어졌던 격차가 그렇지 않아도 점점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라 보수층이 뭉친다면 9개의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막판 역전극을 펼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점치고 있다.

입심 좋은 트럼프 후보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그는 이날 뉴햄프셔 맨체스터 유세 도중 소식을 듣고 “클린턴의 부패는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정도”라며 “(이 소식을 제외한) 다른 얘기는 따분할 것 같다”고 청중을 부추기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그간 미 전역 유세장을 돌며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공격하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즉시 특검을 통해 전면 재수사를 해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고, FBI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 책임을 묻겠다고 위협해왔다.

막판에 예치 않은 사태에 직면한 클린턴 후보는 아이오와 주 유세 도중 기자들로부터 잇달아 질문을 받고도 묵묵부답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으나 바로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아이오와주 디모인시에서 "FBI가 수사 재개를 결정한 배경을 즉각 밝혀야 한다"면서도 "새로 수사를 하더라도 잘못된 점이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자들과 만나서는 "FBI가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신 내용을 모든 미국인이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FBI의 이날 이메일 재수사 발표는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이날 뉴욕증시는 지난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2.9%로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호재가 발표됐는데도 하락세를 면치못했고 달러화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는데도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민, 일자리, 자유무역협정, 마약 등 여러 현안문제로 트럼프 후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멕시코의 경우 이날 페소화가 폭락하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현지언론들은 선거일이 1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아 재수사를 하더라도 선거일 전에 결과가 드러나기 어려운 시점에 코미 국장이 재수사 결정을 서신을 통해 발표한 배경을 놓고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이메일 사태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투표를 해야하는 곤혹스런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미국 대선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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