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책거리’, 제2의 ‘연트럴파크’ 될까?

입력 2016-10-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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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경의선이라는 철도 노선이 서울 한복판을 관통했다. 그 철길의 일부를 지하로 내려보내며 마포구 연남동엔 옛 철길이 지나던 자리가 휑하니 남았다. 서울시는 이 공터를 ‘경의선숲길’이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단장해 올해 5월 말 개장했다.

▲'연트럴파크'라는 이명으로도 알려진 연남동 '경의선숲길'(김정웅 기자 cogito@)

결과는 성공적이라 평가된다. ‘경의선숲길’은 ‘연트럴파크’라는 이명을 얻으며, 그러잖아도 ‘뜨던 동네’였던 연남동의 상권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이제 이 인근은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표하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이번엔 마포구가 동교동에 남은 옛 경의선 구간을 공원으로 개발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이름하여 ‘경의선 책거리’다. 마포구에 따르면 3909개의 출판, 인쇄사가 마포구에 위치하고, 그 중 1047개는 홍대 인근에 모여 있다. ‘경의선 책거리’는 ‘책의 메카, 마포구’의 정체성을 뚜렷이 하고자 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더불어 ‘연트럴파크’의 드라마틱한 상권 성장도 기대했을 법 하다.

▲28일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경의선 책거리'의 개장식이 열렸다. 마포구는 개장식을 기념해 여러 볼거리도 마련했다.(김정웅 기자 cogito@)

28일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앞에서 ‘경의선 책거리’의 개장식이 개최됐다. 마포구는 “전국 최초의 책을 테마로 한 거리를 조성했다”며 “홍대 본연의 문화를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개장식엔 마포 인근의 여러 출판사가 가판대를 마련해 책 할인 행사를 열었고 구에서 준비한 이런저런 볼거리들도 있었다.

‘경의선 숲길’은 옛 경의선이 지나던 자리에 산책로를 조성하고, 길 양편에 책을 살 수 있는 부스를 설치한 공간이다. 열차모양으로 마련된 인문산책, 문학산책, 여행산책, 예술산책, 아동산책, 문화산책, 미래산책이라는 이름의 부스들은 각각의 테마에 어울리는 책들을 판매하고 있다. ‘미래산책’이라는 부스는 특이하게도 e북의 판매만을 전담하고 있는 것이 인상깊었다.

▲'경의선 책거리'에 마련된 부스 중 하나인 '미래산책' 부스의 모습. 이 부스는 e북만을 판매하고 있었다.(김정웅 기자 cogito@)

‘경의선 책거리’는 ‘연트럴파크’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까? 개장일인 덕분인지 책거리엔 제법 인파가 모여 있었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한 한 커플은 “데이트 코스로 자주 오고는 싶은데, 먹을 만한 공간이 하나도 없는게 좀 흠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인숙 마포구 공보담당관은 “이곳은 공원이기 때문에 이 공간 자체에 먹을거리를 파는 노점을 입점을 허가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경의선숲길’과 비슷하게 공원 인근에 카페나 식당이 많이 들어오길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의선숲길’도 역시 공원 내 노점 입점은 불가하다. 이곳이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성공을 거둔건 공원 안에 노점이 입점해서가 아니라, 멋지게 단장한 공원 인근에 식당, 카페 등이 새로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당장 공원에 먹을거리가 부족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널찍한 ‘경의선숲길’과는 달리 공원에 바로 근접해 주택가가 들어서 비교적 공간이 협소한 ‘경의선 책거리’는 앞으로의 상권 부흥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찍힐 수 있었다.

▲'경의선 책거리'는 바로 인근에 주택가가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경의선숲길'만큼 상권이 확장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김정웅 기자 cogito@)

사실 공원이라는게 상권 살리는데만 목적을 두고 만드는 건 아니다. 세계적인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이 도시 서울에 이렇게 한가로운 유휴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원은 충분히 가치있는 공간이다. 그 공원에 마음을 살찌우는 책이 한가득 있다면 더욱 가치있는 공간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공원덕에 마음도 살찌우고, 인근 상권도 활발해지면 주민들이 더더욱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경의선 책거리’도 홍대의 또다른 명물, ‘책트럴파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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