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P, 차량용 반도체 부문 세계 1위…퀄컴 사업다각화에 ‘안성맞춤’
모바일용 반도체 세계 1위인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를 부채 포함해 470억 달러(약 53조7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인수가는 주당 110달러로 책정됐다. 이는 NXP 200일 평균 주가에 34%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이는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지금까지는 싱가포르 반도체업체 아바고가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 달러에 산 것이 최대 규모였다.
퀄컴이 인수를 단행한 것은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이라고 FT는 설명했다. NXP는 전신이 필립스반도체로 자동차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에어백 등에 들어가는 칩을 생산한다. 지난해 프리스케일 인수로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업체로 등극했다. 또 근거리무선통신(NFC)과 교통카드 등 다양한 부문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NXP를 인수해 퀄컴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에 쓰이는 반도체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PC 반도체 생산의 선두인 인텔을 제치고 오늘날 가장 많은 디바이스에 쓰이는 반도체 생산 기업이 됐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공급하던 스마트폰 칩 생산이 끊어지면서 연간 매출이 5% 가까이 줄어들기도 했다.
FT는 인수 후에 퀄컴이 모바일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는 매출의 90%를 모바일 시장에서 내고 있지만 인수 합병 이후에는 68%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퀄컴의 스티브 몰렌코프 최고경영자(CEO)는 “NXP 인수는 우리가 모바일 기술의 지평을 넓히는 데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통합된 반도체 기술을 제공하는 데 더 좋은 위치로 올라온 셈”이라고 밝혔다. 퀄컴 측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매출이 100억 달러 늘어나 3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을 기대했다.
퀄컴의 NXP 인수 소식이 시장에 돈 뒤로 양사 주가는 치솟았다. 퀄컴 주가는 한달 동안 13% 올랐고, NXP 주가는 22% 뛰었다.
두 회사 이사회는 이미 인수합병을 승인했으며 당국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말에 인수가 종료될 예정이다. 퀄컴의 주간사로는 골드만삭스와 에버코어가 참여했다. NXP 측은 쿼탈리스트파트너스, 바클레이스, 크레디트스위스 등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