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최순실 사태와 위기의 한국경제

입력 2016-10-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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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연일 충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을 밝혀 깜짝 놀라게 하더니, 하루 뒤에는 최순실 씨의 연설문 수정 사실을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던 것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정윤회 등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해 왔다. 그러나 최순실 씨 소유의 태블릿PC에서 연설문, 국무회의 발언, 심지어 대통령 여름휴가 사진과 외교부 문건까지 200여 개의 파일이 발견되자 사실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유출 의혹이 확산되자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정면돌파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태는 점점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지난 대선 때 (최순실 씨로부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구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았으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한때, 일부 자료’ 라고 축소하고 싶겠지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들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보좌체계 완비 이후에는 중단했다고 했지만, 최순실 씨 태블릿PC에 저장된 파일을 보면 비서진 구성 이후에도 연설문 수정은 계속됐던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씨 측근 고영태 씨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비선 실세 사무실을 두고 최순실 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고 한다. 최 씨는 이 자료를 가지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고 하니, 기가 찬다.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된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권력 1위는 최순실, 2위 정윤회,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무슨 근거로 했는지 알 것 같다.

최순실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줬다. 대통령의 자기 사람 중심의 국정 운영에 청와대 비서진, 정부 각료들이 허수아비가 됐다. 또 국정감사 기간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모금 의혹을 감싸던 여당 의원, 장·차관, 청와대 비서진, 재계 인사 등도 곤혹스러워졌다.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의 정황만 보더라도 최순실 씨가 불법 모금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국민의 실망과 불신을 회복하려면 대통령 주변 비선 실세의 국기문란 행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 엄벌해야 한다.

만약 검찰이 제대로 의혹을 밝히지 못한다면 검찰에 대한 불신과 국정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실제 야당은 물론 여당도 국정조사와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의 사과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며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 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부의 실질적 주역이자 사실상의 국정 동반자임을 실토했다”며 “특검, 청문회,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위기, 북핵, 개헌, 내년도 예산안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여야가 냉철하게 최순실 사태를 풀어가야 한다. 여당이라고 해서 대통령 방어에 급급한다면 민심이 등을 돌릴 것이다. 야당도 이참에 기선을 제압하겠다고 하면 정쟁에 휘말려 경제파탄, 민생 불안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최순실 사태가 충격적이고 실망스럽지만, 분기하고 있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엄중하다. 지금은 국론을 결집해 국가 위기 타개가 우선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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