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망 고민하다 B2B에 꽂혀…인디 디자이너와 바이어 매칭 글로벌 플랫폼 ‘핫소스’ 출시
청바지에 운동화, 블랙 자켓에 뒤로 돌려쓴 스냅백. 첫인상은 말 그대로 ‘역시 패션업계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자유분방한 옷차림과는 달리 그의 말은 하나하나 힘이 있어 보였다. 패션업계에 대한 이해도와 확신이 있어서일까. 20년간 패션업계에 종사한 문인석 멋집 대표는 인디 패션 B2B 플랫폼 ‘핫소스’를 출시해 서비스하고 있다.
문인석 대표는 “20년간 패션업계에서 일하면서 패션 강국의 브랜드가 사라지는 구조를 나름대로 연구해왔다”며 “그럴 때마다 패션업계가 요동치는데 구조적인 문제를 풀고자 핫소스를 생각해 냈다”고 설명했다.
◇패션과 IT의 결합…20년 전부터 꿈꾸다 = 핫소스는 전 세계 바이어와 국내 인디 패션 브랜드를 매칭시켜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유통망이 부족한 인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다. 핫소스는 오랜 시간동안 테스트를 거친 뒤 지난달 정식 오픈했으며 패션 B2B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문인석 대표는 26세였던 1996년도에 패션업계에 처음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광고대행사였던 LG애드에 입사한 그는 패션 광고를 대행해 주는 일을 했다. 그는 “이전에는 그저 옷 잘 입는 반 날라리였는데 막상 패션 산업을 살펴보니 전망이 있더라”며 “이때 광고대행사에서 패션 쪽으로 뛰어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광고대행사에서 1년 반가량 근무하던 그는 1997년 하반기에 패션관련 회사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패션업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일 년 사이에 두 번의 이직을 거쳐 ‘보성 어패럴’에 입사했지만 곧바로 터진 IMF의 칼날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당시 회사가 어려워져 그도 사표를 내고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것은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실직자가 된 문 대표는 취직도 되지 않던 상황에 패션 브랜드로 눈을 돌렸다. 마침 회사를 나오기 전 현재 와이프의 언니가 옷가게를 오픈할 수 있도록 도와준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순전히 도와주고자 했던 일이었지만 소매점의 유통방식과 판매 등 다양한 구조에 대해 이미 파악이 끝난 뒤였다.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창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동대문 밀리오레에 보증금 50만 원, 일세 2만5000원을 내고 조그만 매장을 하나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인석 대표를 세상에 알린 ‘문군’은 1999년 그렇게 탄생했다.
문군을 운영하던 그는 이때부터 패션과 IT를 접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설립 당시 우리나라는 IT버블이 거세지며 벤처창업이 주를 이루던 시기였다. 현재 IT산업을 이끄는 네이버나 다음(현 카카오)도 탄생한 시기였다.
그는 “당시에는 IT가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었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패션 쪽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힘줘 말했다. 연세대 출신인 그는 동문과 지인들이 IT 쪽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배웠다. 패션 벤처업체 자격으로 서울에서 패션쇼를 열기도 했으며 문군 설립 1년 만에 전국 대리점을 30개까지 늘리기도 했다.
문 대표는 2000년대 중국에서 사업해 공장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만사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고 했던가. 중국에서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실패를 맛봤다.
국내로 돌아온 그는 인디 디자이너들의 옷을 가져다 파는 편집숍이 유행하던 시절 서울 가로수길에 매장을 냈다. 매장은 가로수길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매김 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번창해 나갔다. 문 대표는 디자인부터 유통, 판매까지 전체를 총괄하면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옷을 제공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디자이너와 바이어 매칭하는 ‘핫소스’… 패션테크 앞장 = 2014년 설립된 멋집은 다양한 성공과 실패를 겪은 문 대표의 노하우를 종합한 도전이다. 패션과 IT를 접목해 ‘패션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발전하는 IT 시대에 수많은 인디 브랜드들이 바이어와 만날 수 있는 창구를 고민하다가 매칭시켜줄 수 있는 ‘핫소스’를 생각해 냈다.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던 인디 패션 B2B 시장을 모바일로 옮겨 온 것이다.
정식 출시한 지 1개월이 지난 핫소스에는 현재 2500여명의 인디 디자이너들이 등록돼 있다. 편집숍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소싱해서 판매를 하게 되는데 인디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 순전히 네트워크에 의지하던 디자이너들은 좋은 제품을 두고도 유통을 하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았다.
문 대표는 “핫소스는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패션업계에도 형성하고자 했다”며 “패션업계의 페이스북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에는 홍콩에도 핫소스를 오픈해 영역을 넓혔다. 이날 동석한 윌리암 홍콩 법인 대표는 “홍콩은 온라인이나 인터넷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빠르게 발생하는 지역”이라며 “대형 패션 업체들도 홍콩에 우선 진출하기 때문에 핫소스도 이에 발맞춰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핫소스는 바이어를 매칭해주고 수수료를 가져오는 수익구조로 되어 있다. 오픈 초기지만 1달 만에 3억5000만 원 규모의 수주를 받았다. 앞으로는 중국에서 동대문 등을 방문해 옷을 가져가는 중국 바이어도 겨냥해 컨설팅과 구매 대행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국내 인디 브랜드는 품질 좋은 옷을 만들지만 영세하기 때문에 판매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며 “이러한 국내 브랜드를 중국 바이어와 잘 매칭해 해외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