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전문가 "구매결정 요인 70%가 날씨" 주장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 맘 때가 되면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소주 한 잔과 얼큰한 국물을 떠올리는 것처럼, 계절과 날씨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는 음식들이 있기 마련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이 계절이 바뀌면서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해 재고를 최대한 줄여나가고 있다"며 "이는 판매를 좌우하는 변수가 날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애틀이 자살률과 커피소비률이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하는 것은 시애틀 지역의 날씨가 1년 내내 비가 오고 습도가 높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우울해지고 커피를 마시며 기분을 달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아열대성 날씨가 계속된 우리나라에서도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빙과류 업체들이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름철 판매가 잘 될 것으로 예상되던 아이스크림도 30°C가 넘어가면 수분이 적어서 판매량이 떨어지고, 빙과류 같은 얼음제품의 판매가 늘어나 생산전략의 변화를 꾀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창업시장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지난 여름 내내 인기를 끌었던 생맥주 전문점 '가르텐비어'의 인기비결은 맥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냉각테이블과 아이스 잔에 있었다. 2시간 이상 이어지는 술자리 내내 4∼6°C의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름을 대표하는 술이 맥주였다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초가을부터는 소주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퓨전요리주점 '오뎅사께' 유정수 이사는 "여름철 대표 주류가 생맥주였다면 찬 바람이 부는 가을·겨울에는 소주가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잘 팔리는 주류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뎅사께가 추천하는 소주와 어울리는 안주는 역시 '탕류'로 '모듬오뎅'과 '특선 누룽지해물오뎅탕'을 꼽았다.
오뎅사께는 "전통 중국식 누룽지탕과 각종 해물이 수제오뎅과 만나 속을 든든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퓨전바비큐전문점 '잉카바베큐'는 알콜 함유량이 높은 소주와 어울리는 메뉴로 대구탕, 알탕과 같은 탕류와 함께 대게와 바닷가재 등의 해산물 메뉴를 꼽았다.
이처럼 계절과 날씨의 변화는 외식업체의 마케팅 전략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날씨만큼 구매패턴을 통제하는 변수도 드문 편"이라며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마케팅이 30%, 날씨가 70%를 차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도 "우리나라의 기상정보 활용가치는 연간 3억5000만원에 이르고 있다"며 "기상정보 활용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면 그 가치는 6조5000억원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외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과 이미 외식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같은 날씨변화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창업시장에서 계절과 날씨에 따라 메뉴구성 등 마케팅 방법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가을겨울 철에 맞는 안주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는 오뎅 전문점 '오뎅사께'의 내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