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과 결별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이 “미국과 관계를 끊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고향 다바오시를 방문해 “나는 외교정책의 분리를 뜻한 것”이라면서 “우리의 정책이 미국의 외교정책과 딱 들어맞을 필요는 없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는 “단절은 외교 관계를 끊는 것인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안에 많은 필리핀인이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두레르테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필리핀 교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제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한 그는 20일에도 베이징에서 “나는 군사·경제 분야에서 미국으로부터 분리를 선언한다”면서 “러시아에 가서 푸틴을 만나 세계가 중국, 필리핀, 러시아에 적대적인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레르테의 ‘결별 발언’ 이후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경제와 군사적으로 중국과 동맹을 더 단단히 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인 것이다. 미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필리핀으로부터 양국 협력관계를 변경한다는 말을 받지 못했다”며 “그의 발언에 당황하는 나라는 미국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필리핀에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특사로 보냈다.
필리핀 정부 내에서도 두테르테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정확한 입장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1일 필리핀의 라몬 로페즈 무역장관은 “미국과의 교역을 중단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