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10월 18일 남성훈 - 강한 캐릭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중견 탤런트

입력 2016-10-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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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편집위원

탤런트 남성훈(본명 권성준, 1945.2.13~2002.10.18)은 자존심이 강했다. 그는 누구한테서든 도움받는 것을 꺼렸다. 말년에 병으로 고생할 때 옛 동료들이 찾아가려 했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면서. 같은 배우의 길을 가는 아들에게도 스스로 연기 세계를 개척하라며 엄격했던 그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주로 자존심이 세고, 차갑고, 강한 캐릭터를 맡았다. ‘사랑과 야망’에서는 고등고시에 합격해 오로지 출세만을 위해 내달리는, 인간미라고는 전혀 없는 박태준 역을 잘 소화해낸다. ‘모래시계’에서도 정보기관 간부 장도식 역을 맡아 운동권 학생 등 반정부 세력을 와해하려 조직폭력배 동원도 불사하는 냉혈한으로 등장한다.

그가 텔레비전에 이름을 처음 알린 것은 ‘수사반장’이었다. 수사반장은 범죄를 수사하고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범죄의 동기나 원인을 따뜻한 인간미로 그려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경험과 감(感)으로 수사하는 고참들과 달리 데이터를 분석해 나름대로 과학적인 수사를 한다고 자부하는 신세대 형사로 나왔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으며 중견 탤런트로 자리를 잡아가던 중 신경에 이상이 생겨 몸을 가눌 수 없는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이라는 병을 진단 받았다. 결국 1998년 ‘너와 나의 노래’를 끝으로 30년 방송 인생을 접는다.

TV를 떠난 후에도 그는 삶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집 근처 공원에서 운동을 하며 재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2002년 유명을 달리한다. 공교롭게도 ‘수사반장’ 4인방 중 최불암을 빼고 3명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상순은 2015년 폐암으로, 조경환은 2012년 간암으로, 여형사로 나왔던 김화란은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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