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대한 기부 결정으로 실리콘밸리서 영향력 줄어들 수도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125만 달러(약 14억2000만원)을 기부할 것이라 밝혔다.
피터 틸은 트럼프 캠프와 슈퍼 팩(PAC·정치활동위원회)에 기부를 약속했다고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간 정보·기술(IT) 업계의 유명인사 중 트럼프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되고 있다.
틸은 IT 업계 분위기와 달리 오래전부터 트럼프를 지지해왔다. 이 때문에 틸이 공화당 후보에 오른 트럼프를 지지했을 당시 벤처 업계에서는 틸을 향한 공분을 숨기지 않았다. IT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정치관이나 공약들이 IT 산업 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벤처기업 사이에서 여성과 소수자들을 하찮게 여기는 트럼프의 모습이 달가울리 없다. 일부 벤처기업들이 트럼프를 공식 후보로 지명했다는 이유로 공화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번 틸의 기부에 앞서 그가 설립한 자료분석회사 팰런티어(Palantir)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도 주목된다.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팰런티어는 틸이 공동 창업한 회사로 최근 미국 노동부로부터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노동부는 팰런티어가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서류전형과 전화인터뷰에서 고의적으로 탈락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민자 유입으로 미국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맞닿아있다.
일각에서는 틸의 트럼프에 대한 기부 결정이 실리콘밸리에서의 그의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틸은 최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고문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와이콤비네이터의 창업자인 폴 그래햄은 트럼프에 강경한 반대를 표하고 있다. 틸이 이사로 있는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정치관과 발언을 공식적으로 비판해왔다.
한편 지금까지 트럼프가 IT 업계로부터 모은 후원금은 30만 달러에 불과하며 전체 기부받은 정치자금 역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