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못찾은 시중자금 유입 수도권 인기단지 경쟁률 키워… 신규 물량 공급과잉으로 ‘거품’꺼지자 지방은 청약 미달
정부가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지난 8월 25일 내놨지만 이후 청약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오히려 극심해지고 있다. 뛰어난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서울, 부산 등의 도심권 아파트는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수도권 외곽지역이나 지방 단지는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17일 부동산인포가 2013년 이후 매년 9월 청약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 분양된 총 162개 주택형(아파트 기준) 가운데 64.8%인 105개 주택형이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이는 지난해 9월 1순위 마감률 64.1% 대비 3.7%p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8·25 대책 이후 청약 미달률은 더 증가하고 2순위에 마감된 주택형은 27개로 마감률은 16.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20.0%), 2014년(43.0%)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1, 2순위에서 마감하지 못해 미달된 주택형은 30개로 미달률이 18.5%에 달한다. 지난해 15.9%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미달률의 증가는 그만큼 인기지역, 단지로 청약자들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는 지역, 단지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대림산업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아크로 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는 평균 306 대 1의 경쟁률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지난 8월 내놓은 디에이치아너힐즈도 평균 10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단지는 3.3m당 분양가가 4000만 원을 넘어서고 중도금 대출도 되지 않지만 뛰어난 입지조건과 강남 메리트를 등에 업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방에서도 일부 지역은 여전히 뜨거운 모습이다. 부산시 명륜4구역 주택 재개발 아파트인 ‘명륜자이’가 지난 9월 진행된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523 대 1을 기록했고 세종에서는 이달 계룡건설과 보성이 분양한 ‘세종 리슈빌수자인’이 평균 323.6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하지만 화성 송산그린시티 ‘요진와이시티’와 용인에 분양한 ‘하우스디 동백 카바나’는 1순위에서 청약자를 채우지 못했다. 또한 지난달 충북 진천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270가구)에는 1순위에서 청약자가 0명에 그쳤다.
이처럼 단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데는 지난해 이후 신규 분양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기준이 깐깐해진 영향이 크다. 공급 과잉 우려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의 변수로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이달부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청주, 제천, 광주 북구, 경북 영천, 경남 김해 등 24곳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보금자리론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고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연장, 투기 과열지구 지정 등 시장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시중 자금이 투자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인기지역 분양시장은 조기 완판에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안전한 투자를 위해 인기지역으로의 청약 쏠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