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4위인 농협생명보험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자산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출채권 투자를 늘렸지만, 무리한 대출로 연체율이 반년 사이 8배나 증가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중소기업 대출채권 연체액이 지난해말 5억600만 원에서 올해 6월 40억5200만 원으로 6개월 사이 8배 급증했다.
이는 다른 주요 생보사들이 모두 중소기업 대출 연체규모가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0.2%), 한화생명(-66.2%), 교보생명(-4.1%)은 중소기업 대출 연체금액이 줄었다. 농협생명만 나홀로 증가한 것이다.
연체금액이 증가한 것은 자산운용수익률을 올리려다 국고채보다 수익률이 높은 기업대출을 무리하게 감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협생명의 중소기업, 대기업에 대한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6월 기준, 농협생명의 중소기업 대출채권 총액은 1조6670억 원에서 지난 6월 2조2893억 원으로 3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채권 총액도 7978억 원에서 1조3686억 원으로 71.5% 급증했다. 대출의 대부분은 담보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신용대출로 이뤄졌다. 지난 6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채권 가운데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4.7%였다.
해외투자금액도 타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농협생명의 해외투자금액은 지난해 6월 2조9817억 원에서 올해 6월 8조4016억 원으로 1년 사이 181.8%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다른 대형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2.03%, 교보생명은 47.6%, 한화생명은 46% 증가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높은 수익률을 좇았지만, 자산운용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농협생명은 자산운용수익률이 4%(지난해 6월)에서 3.4%(올해 6월)로 1년 사이 0.6%포인트 떨어졌다.
사실 생보사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낮은 자산운용수익률을 극복하기 위해 대출채권이나 해외유가증권 등 고수익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농협생명은 그 정도가 가팔라 부실심사의 우려도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중소기업 연체액이 증가한 것은 대출건수 가운데 1건에 35억 원 연체가 생긴 것이 문제가 됐던 것”이라며 “해당 건의 여신분류가 정상에서 고정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신용이 아닌 담보대출 연체라 리스크상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심사 여부나 연체율 증가가 전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